신이 사랑한 사람은 일찍 죽는다고 했다던가?
우리 주변에는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음악계만 보더라도 모차르트, 슈베르트, 비제 등이 그렇고, 쟈크린느 뒤프레가 그렇다.
디누 리파티(Dinu Lipatti 1917-1950)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루마니아태생의 피아노 연주자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불과 5년여의 짧고 빛나는 연주 활동을 하다가 33세에 아깝게도 세상을 떠난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1934년 빈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2등을 했는데, 일등을 주장하던 심사위원 코르토는 이에 불복하여 심사위원직을 사임하고 그 후 리파티를 적극 후원하였을 정도이다.
리파티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스위스로 이주하여 제네바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2차 세계대전 후 카라얀과 콤비를 이루어 본격적인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불행하게도 이 무렵부터 백혈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950년에 그는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연소하기라도 하듯 천재의 영감을 쏟아 부은 연주 활동과 음반 녹음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다.
마침내 1950년 9월 16일, 프랑스 서북부의 작은 도시 브장송에서 개최된 페스티벌에서 독주회를 끝으로 그의 활동은 막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그의 생애의 마지막 독주회가 되었다.
백혈병의 말기에 이른 그의 몸으로는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그의 아내와 의사가 극구 만류하였으나 청중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그의 의지로 무대에 올랐다.
어렵게 연주를 마친 그는 병원으로 실려 갔고 두 달 반 뒤 서른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날 연주된 곡은 바흐의 < 파르티타 제1번 >, 모차르트의 <소나타 제8번>, 슈베르트의<즉흥곡 제2, 3번>, 쇼팽의<왈츠>등이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으나 마지믹 쇼팽의 <왈츠> 14곡 중 13번 째인 1번을 연주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지막 곡인 왈츠 2번을 남긴채로...
(그는 쇼팽의 왈츠를 자기 나름대로의 순서대로 연주하곤 했는데 당일은 5번-6번-9번-7번-11번-10번-14번-3번-4번-12번-13번-8번-1번순으로 연주 했다)
쇼팽/왈츠 1번 Eb 장조 OP18
( 리파티가 마지막 공연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
공식적인 마지막 연주, 즉 그의 백조의노래이다.)
관중의 박수룰 받고 나서 잠시 후 다시 자리에 앉은 그는 왈츠 2번을 연주하는 대신 평소 그가 즐겨 연주하던 바흐의 Cantata BWV147 중 코랄 "JESUS, JOY OF MAN'S DESIRING"을 조용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최후를 알고 조용히 기도하듯이 ...
겨우 이곡의 연주를 마치고 그는 무대를 내려와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리고 두 달 반 뒤 서른셋의 나이로 그는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Bach Cantata BWV147 중 "JESUS, JOY OF MAN'S DESIRILNG"
(디누 리파티가 생의 마지막으로 쇼팽의 왈츠 2번 대신 연주한 곡.
실황은 녹음이 안되었고, 이것은 생전에 그가 연주했었던 곡이다)
생전에 그는 불과 10여장의 음반만을 남겼는데 순수하고 아름답고 지극히 현대적인 감각과 맑고 깨끗한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 전해 주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연주 유산으로는 모차르트의<피아노 협주곡 제21번>, <피아노 소나타 제8번>과 쇼팽의<왈츠집>, 슈만의<피아노 협주곡>, 그리그의<피아노 협주곡>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슈만, 모차르트, 쇼팽,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은 정말 아끼고 싶은 판이다.

DECCA에서 출반된 앙세르메 지휘의 슈만 피아노 협주곡은 그가 사망하기 9개월 전인 1950년 2월에 병마를 무릅쓰고 청중 앞에서 연주한 실황 연주의 방송 녹음레코드이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다그쳐 불러일으키며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이다.

또 다른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으로는 EMI에서 나온 판이 있는데 이것은 카라얀의 지휘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것으로 리파티가 카라얀과 명콤비를 이루어 활발하게 연주 활동하던 1948년에 EMI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곡이다.
이판의 뒷면에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곡은 1950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카라얀 지휘로 라디오 방송된 것을 어느 애호가가 녹음하였던 자료를 수집하여 사후에 슈만 피아노협주곡과 합쳐서 하나의 음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카라얀은 그 후 장수하여 수많은 명반을 후세에 남겼다.
만일 리파티도 더 오래 살았더라면 카라얀과 더불어 콤비를 이루어 수 많은 피아노 명반을 남겨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쇼팽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담겨진 판도 EMI에서 나온 판이다.
이 판에 실린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Otto Ackermann의 지휘로 ZURICH TONHALLE ORCHESTRA 가 연주한 것인데 1950년 2월 에 녹음된 곡이다.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은 PHILHAMONIA ORCHESTRA와 Alceo Galliera 지휘로 1947년에 녹음한 곡이다.
여기에 그가 카라얀과 협연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올린다.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 - 1856)의 피아노 협주곡( in A minor, OP. 54)은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기위해 자신의 스승이자 장인과의 3년여에 걸쳐 법정 사움까지 벌인 후 얻어낸 그녀와의 결혼에 대한 청춘의 환희와 행복의 포만감 속에서 잉태된 고금의 명곡이다.
슈만이 당대에 이름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그가 남긴 많은 피아노 명곡들은 만들어지지 못했을는지 도 모른다.
낭만파 피아노 협주곡 중 명곡으로 꼽히는 이곡은 처음에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으로 출판하려하다가 4년 후에 그것을 수정하여 1악장으로 하고 2,3악장을 덧붙여서 현재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완성하였다.
이곡은 1847년 클라라의 피아노독주와 슈만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곡은 피아노의 지나친 기교나 두드러짐이 없이 관현악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디누 리파티는 이곡을 투명한 수정과도 같이 맑은 음으로 우리에게 전해주고있다.
그러나 디누 리파티의 판들은 당시에 모두 mono로 녹음되어 있기 때문에 요지음의 다중 채널 녹음에 의한 화려한 음색의 음반과는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시기 바란다.
1악장 : Allegro affettuoso : 피아노와 관현악의 힘찬 연주로 시작되며
피아노는 극도의 아름다운 악구를 연주해 심원한 음의 극치를 나타낸다.
2악장 : Andante grazioso : 간주곡. 피아노와 관현악의 느긋한 대화로
전체적으로 극적이고 서정적이며 감미롭고 환희에 차있다.
3악장 : Allegro vivace : 오케스트라의 서주 에이어 감명 깊은 주제가
나타나며 눈부신 음의 변화로 극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2악장과 3악장은 쉬지않고 연주된다.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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