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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님이 1월 4일에 올려 준 '백건우, 베토벤을 노래하다'를 읽고, 7일 동안의 이 연주회에
하루도 빠짐 없이 가 보고 쓴 구본형 님의 글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운 좋게도 객석 한 자리를
차지하고 누릴 수 있었던 나의 7일도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음을 생생한 감동으로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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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그의 음악
        구 본 형
피아노 한 대가 큰 무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습니다. 한 사내가 무대로 걸어 나옵니다. 청중을 향해 인사를 합니다. 어딘지 조금 어색하고 수줍어하는 듯합니다. 이 사내가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산처럼 편안하게,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이윽고 짧은 정적이 지나고 곡이 흐릅니다. 새가 날개를 펴고 끝없이 푸른 창공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돌연 까마득한 하늘에서 수직으로 낙하합니다. 개울물이 소리 내어 흐르는 듯 정답더니 꽃이 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적막이 흐르다 돌연 번개와 천둥이 쏟아져 내립니다. 장작으로 건반을 패듯 격렬한 한 때가 지나고 땀이 흥건한 가운데 감미로운 바람이 스치고 삶은 이내 평화로워 집니다. 사랑이 귀밑의 속삭임을 지나 온 몸을 감싸고 향기처럼 지나갑니다.


이 모든 퍼포먼스가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백건우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 곡 전곡을 7일에 걸쳐 나누어 연주했습니다. 그의 시대 사라진 소리들을 2007년 12월 서울로 모두 불러 들였습니다. 음악은 허공에 사라진 소리들을 초혼처럼 다시 불러들이는 작업이니까요. 그의 연주가 나를 기쁨으로 열정으로 환희로 그리고 고요함으로 온통 휘몰아 넣었습니다. 재능을 가진 한 사람이 평생 그 재능을 땀 흘려 수련하면 영혼을 감읍하게 하는군요.


지난 일주일은 ‘나는 무엇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까 ?’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날들이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스스로 작가라고 불러도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음악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한 한 주일이었습니다. 참 좋은 일주일이었습니다.

〈 출처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메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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