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이리에서 들은 노래

by 이태식 posted Aug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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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에서 들은 노래

- 바리톤 임준식의 작은 음악회에서 -




바리톤 임준식(1969년 생) ; 그 이름과 노래 모두 첫 대면이다. 지난 7월 15일(화) 헤이리의 카메라타 음악실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서다. 이태리에서 성악공부하고 오페라 무대에도 많이 섰다는 그는 요즘 무섭게 뜨고있다. 노래의 기량도 훌륭하지만 공연을 이끄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부드럽고 편안한 무대 매너에다 뛰어난 화술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로 관객을 끊임없이 웃기며 무대와 객석을 한데 섞는다. 엄숙한 클래식은 저리 가라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지향 한다는 그의 음악철학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곳에서 그를 모시기에 경쟁이다. 우리 송년회 모임에 초대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날 임준식 성악가가 부른 8곡 중에서 아리아 2곡과 이태리 가곡 1곡을 들어본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음원을 구하지 못해 다른 성악가의 노래로 대신하지만, 우리의 맹주선이 오페라에 깜짝 데뷔(?)하는 장면의 노래는 알아두는게 좋겠다. (갤러리 7월 29일자 사진과 글 참조)




Verdi의 '라 트라비아타' 중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노래 - Dmitri Hvrostovsky (바리톤, 러시아)

베르디의 대표적 오페라 'La Traviata' 2막 1장에서 파리의 애인 비올레타를 못잊어하는 아들 알프레도를 고향으로 데려가려고 아버지 제르몽이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다. 알프레도 역의 맹주선이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Di provenza il mar il sol, 프로방스의 바다와 태양) 가자고 간곡히 호소하는 아버지를 처음엔 외면하다가 결국 아버지를 포옹하게 되는데, 이 오페라를 훤히 꿰고있는 맹주선의 자발적 호연에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맹주선의 또 하나의 자칭 별명 '대머리 알프레도'가 탄생되는 역사적(!)인 순간의 아리아라 하겠다.



Rossini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피가로의 아리아'

노래 - Sherrill Milnes (바리톤, 미국)

롯시니의 대표적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앞서 나온 오페라로 같은 시리즈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기서 듣는 '나는 거리의 만물 박사' (Largo al factotum della citta)는 제1막에서 이발사 피가로가 부르는 유명한 카바티나 (단순한 형식의 독창곡)로 보통 '피가로의 아리아'로 통한다. 어깨에 기타를 메고 나타나 득의에 차서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피가로 피가로 하고 나를 찾으니 나는 이 거리의 만능 해결사라네" 라고 으스대며 부르는 흥겨운 노래다. 역시 많이 듣게되는 친숙한 바리톤 곡이다.



Capua의 칸초네 '마리아 마리'

노래 - Giuseppe Di Stefano (테너, 이태리)

세계의 애창곡이 된지 오래인 'O Sole Mio'를 지은 이태리 출신 작곡가 카푸아 (Eduardo Di
Capua 1865 ~1917)의 대표곡 중의 하나다. "창문을 열어다오 내 그리운 마리아~"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 '마리아 마리'는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많이들 배워 익힌 곡이다. 임준식 바리톤은 이 날 음악회에서 '오 솔레 미오'를 끝 곡으로 불렀고, 앵콜곡으로는 한국 가곡 '고향의 봄'을 들려주었다. 다른 또 한곡 '물망초'는 갤러리에 배경음악으로 먼저 올려 놓았다.





황인용의 뮤직 스페이스 Camerata


벽면 가득 견고한 요새처럼 버티고 선 거대한 스피커 시스템
    왕년의 인기 아나운서에 음악DJ로도 이름을 날린 황인용은 이젠 많이 늙어 보였다. 그래도 소원이던 음악감상실을 턱 하니 잘 짓고 손님을 맞는 미소엔 여유가 넘친다. 이름하여 '카메라타'. 이탈리아어로 '작은 방', 또는 '동지들'이라는 뜻에 어울리게 기둥 하나 없고 장식도 별로인 3층까지 뚫린 공간에 밝은 햇빛과 음악만 가득하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 전체를 육중하게 차지한 2m짜리 대형스피커 4대가 거친 노출 콘크리트에 붙박이로 설치되어 독특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로 긴장시킨다. 이름난 빈티지 명품의 스피커는 1930년대에 나온 Western Electric, 그리고 40년대 독일 Klangfilm Euronojunior 제품이다. 모두 외국의 극장에서 쓰던것을 들여왔다. 턴테이블은 EMT, 앰프는 물론 진공관식으로 300B형 Be Research가 8대나 된다.
    소장 LP판이 15,000장. 80년대 부터 사 모았다. 오른쪽 라이브러리를 들여다 보니 CD판은 한 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세대에 익숙한 아날로그 음악의 천국이다. "아날로그는 추억이고 디지털은 현실이다. LP음악은 추억을 재생시키는 묘한 매력 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직직거리는 소릿골 잡음이 더러 묻어나는 LP의 매력은 향수 처럼 그립고 훈훈하다. 잡음 없이 매끈한 CD 소리는 틀에 박힌 현실의 질곡과 많이 닮았다. 황인용과 같은 시기에 모은 내 LP판 1천여장도 그래서 여태 못 버리고있다.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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