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무(僧舞)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글/조지훈
박목월 박두진과 더불어 靑鹿派 3인방의 향토색 짙은 아름다운 시들은 우리들 젊은 감성의 자양분이었지요.
어제 저녁 대학로의 윤석남 개인전 오프닝에서 본 김금화 굿판의 여운이 아직 귓속에 가득한데
우리 詩의 백미인 '승무'와 아련한 음악이 더욱 가슴에 젖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