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울적하던 지난 주말에 김혜수가 나온다는 화제의 한국영화 '모던보이'를 보게 되었다.
미국에서 온 친지가 김혜수의 팬이라서 따라 나선건데 아마 거의 반년만의 영화관 나들이였다.
별 예비지식도 없이 맞닥드린 영화는 기대 밖으로 괜찮았다. 특히 김혜수가 직접 부르는 노래
'개여울'은 예전에 정미조가 불러서 귀에 많이 익은데다 좋아하는 노래라 매우 반갑기도 했다.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1970년대의 노래가 생판 다른 시대라 할 30년대의 감성과 기막히게
어울린다는것이 퍽 기특했다. 이 노래를 김혜수가 일본어로도 부르는 그럴듯한 장면이 있지만
아쉽게도 음원을 구하지 못했다. 아래에 36년 전 정미조의 원곡과 심수봉의 노래도 들어본다.
'개여울'의 가사 = 김소월의 詩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영화 '모던보이'의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
이 영화는 일제의 억압과 서구문물의 유입 등으로 유례없는 복잡성의 시대라 할 1930년대가
배경이다. 봉건과 현대, 동양과 서양, 조선과 일본, 민족적 대의와 개인의 행복, 절망과 쾌락
등 양 극단의 것들이 충돌하고 갈등하던 그 시대의 문제적 인물 모던보이를 통해서 기발하고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와 볼거리를 펼친다. 종래에 볼 수 없던 참신한 소재가 우선 솔깃하다.
그 시절 京城의 총독부와 서울역 숭례문 등을 정교한 CG로 재현해 보인것도 특기할 만하다.
영화의 스토리는 차치하고, 배우 김혜수의 매력과 중량감이 영화 전편을 압도한다. 댄서에다
가수, 디자이너, 그리고 항일독립투사에 이르기까지 현란한 팔색조의 연기로 숨 막히게 한다.
김혜수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다. 특히 그가 부르는 4곡의 노래가 인상적이다. 맨위에
소개하는 '개여울'(이희목 곡)을 일본어로도 부르는데 낮은 톤의 색갈짙은 음색이 귀에 든다.
1930년대 카바레 음악의 특징을 크게 살렸다는 두 곡, 'Why don't you do right' 라는 재즈와
일본노래 '색채의 블루스'도 김혜수표 노래라고 할만큼 매력있다. 2000년도 '문학동네' 신인
작가상을 받은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나'를 정지우가 감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