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s Lied von der Erde
대지의 노래 (1908 작곡, 1911 초연)
[Gustav Mahler, 1860∼1911]
Fritz Wunderlich, Tenor / Christa Ludwig, Alto
Otto Klemperer, Cond / New Philharmonia Orchestra
이태백이 쓴 ‘술의 시’가 서양 작곡가의 눈에 뜨였다.
이 거나한 동양의 취흥(醉興)을 서양식으로 옮긴 이는 구스타프 말러.
사랑하는 딸의 죽음과 심장병으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던 말러는
어느 날 <중국의 피리 Die chinesische Flote>라는 시집을 읽게 되었다.
한스 베트게가 독일어로 번역한 이 시집에는
이태백을 비롯해 맹호연, 전기, 왕유와 같은 중국 시인의 시가 들어 있었는데,
인생무상을 절감하고 있었던 말년의 말러에게 당시(唐詩)의 초탈(超脫)한 정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구스타프 말러는 <중국의 피리> 중에서 골라 '대지의 노래' 여섯 곡을 작곡하였다.
이 '대지의 노래'는 말러가 이승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가 되었다.
1.Das Trinklied vom Jammer der Erde
현세의 불행에 대한 주가(酒歌)
Allegro pesante.
원시 <비가행>(悲歌行), 이태백
悲來乎, 悲來乎
主人有酒且莫斟
廳我一曲悲來吟
悲來不吟還不笑
天下無人知我心
슬프고, 슬프도다! ,
주인장, 술이 있으니 이제 망설이지 말고
나의 한 곡조를 듣고 슬프거든 노래하시오.
슬픈데 노래하지 않고 또 웃지도 않으니
천하에 내 마음을 알아줄 이 없구려.
君有數斗酒
我有三尺琴
琴鳴酒樂兩相得
一杯不 千鈞金
그대는 술을 드시게나,
나는 금(琴)을 타겠노라.
, 금이 울리고 술은 기쁨을 주며 어울리니
한잔 술은 천금보다 낫도다.
悲來乎, 悲來乎!
天雖長 地雖久
金玉滿堂應不守
富貴百年能幾何
슬프고, 슬프도다!
하늘은 높고 땅은 끝이 없으나
재주와 학문이 뛰어나도 세월은 기다리지 않네.
부귀 백년이 능히 얼마나 될까?
死生一度人皆有
孤猿坐啼墳上月
且須一盡杯中酒
죽음과 삶은 모든 이가 겪어야 할 것을
외로운 원숭이는 앉아 울고 무덤 위엔 달빛 비치니
이 잔의 술을 한 번에 비우시게나.
독일어 가사
벌써 금잔의 술은 나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마시기 전에, 그대를 위해 노래를 부르리라.
수심의 노래는 네 마음에 웃음으로 울린다.
슬픔이 다가와 마음의 정원을 황폐하게 하니
기쁨은 시들고 노래는 사라진다.
어두워라 삶이여, 죽음이여.
여보시오, 주인장.
창고에 미주를 가득 숨겼구려.
여기, 나의 금(琴)을 타노라
금은 울리고 술잔은 비워지니
어울리는 일이 아니겠소.
맞춰 나오는 가득찬 술잔은
이 땅의 모든 부귀보다 값지다오.
어두워라 삶이여, 죽음이여.
하늘은 영원히 푸르고
대지에는 변함 없이 봄이 되어 꽃이 핀다.
인간이여, 인생은 얼마나 되는가?
이 땅의 홍진(紅塵)에서
인생 백년도 즐기지 못하는구나.
저기 보시오. 무덤 위 달빛 속에서
기어 다니는 괴이한 모습-
원숭이로군. 들어보시오, 그 울음이 어떻게
삶의 달콤한 속에서 울려나가는지를!
이제 술잔을 듭시다! 이제 때가 되었소, 친구여!
금잔을 바닥까지 비워시오!
어두워라 삶이여, 죽음이여.
2. 가을에 고독한 사람.
Etwas schleichend. Ermudet.
Der Einsame im Herbst
독일어 가사
가을 안개가 푸스름히 호수 위에 인다.
풀은 이슬에 흠뻑 젖어 있다.
마치 이름난 명인이 아름다운 꽃에 비취가루를 뿌린 듯하다.
꽃들의 달콤한 향기는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이 줄기를 구부린다.
이제 곧, 시든 황금빛 연꽃잎이 물 위에 떠오르리라.
나의 마음은 지쳤다.
나의 작은 등불은 바작바작 소리를 내며 꺼지고
잠이 엄습해 온다.
편안한 안식처여, 너에게 내가 가리니.
내게 휴식을 다오.
나에게는 안식이 필요하다.
나는 고독 속에서 한껏 울리라.
내 마음 속의 가을이 너무나 길다.
사랑의 태양이여, 다시 한번 떠오르지 않으려는가.
나의 애처러운 눈물을 부드럽게 마르도록 해주지 않겠는가.
3. 청춘에 대하여.
Behaglich heiter.
Von der Jugend
원시 <제원단구산거>(題元丹丘山居), 이태백
故人樓東山
自愛丘壑美
靑春臥空林
白日猶不起
옛사람이 동산에 누각을 세우고
그곳에서 골짜기의 아름다움을 즐겼다네
청춘이 빈 숲에 누웠으니
밝은 해는 오히려 떠오르지 않네.
松風淸襟袖
石潭洗心耳
羨君無紛喧
高枕碧霞裏
솔바람은 소매를 맑게 하고
석담에서 마음의 귀를 씻네.
분주하지 않은 그대를 그리워하며
푸른 안개 속에서 베개를 높이네.
독일어 가사
작은 연못 한가운데 흰색과 녹색의 자기로 만든 정자가 있다.
비취로 만든 다리가 호랑이 등과 같이 정자 쪽으로 휘어져 걸려 있다.
정자 안에는 친구들이 앉아 있다.
아름답게 차려 입고서 술을 마시고 잡담을 하고,
더러는 시를 짓고 있다.
그들의 비단 옷소매는 뒤로 젖혀 있고,
비단 모자는 목덜미 뒤에 즐거운 듯이 매달려 있다.
작은 연못의 고요한 물 위에는 모든 것이
이상한 모양으로 거꾸로 비치고 있다.
다리가 반달처럼 걸려서 호선을 거꾸로 그리고 있다.
친구들은 아름답게 차려입고 술을 마시며 잡담을 하고 있다.
4. 아름다움에 대하여.
Comodo Dolcissimo.
Von der Schonheit
원시 <채련곡> (採蓮曲), 이태백
若耶溪旁採蓮女
笑隔荷花共人語
日照新裝水低明
風飄香快空中擧
약야 계곡에서 연꽃 따는 여인이여,
이구동성으로, 웃음이 연꽃보다 아름답다 하는구나.
새로 꾸민 몸에 햇빛이 비치니 물밑까지 맑아지고
바람이 불어와 향기는 상쾌하게 공중으로 흩날린다.
岸上誰家遊冶郞
三三五五映垂楊
紫 嘶入落花去
見此 空斷腸
언덕 위엔 뉘집의 놀이 나온 한량들인지,
삼삼오오 수양버들 사이로 어른거린다.
자색말이 울며 다가와 꽃잎을 흩날리는데
이를 본 아가씨들, 머뭇거리며 공연히 애를 끊는다.
독일어 가사
"해변에서"(Am Ufer)
오, 보라.
아름다운 소년들이 저쪽 연못가에서 거친 말을 몰며 돌고 있는 것을.
초록의 버드나무 가지 살이로 햇빛처럼 반짝이며,
젊은 무리가 멀리로 달려간다.
한 소년의 말이 즐거운 듯이 울고는 놀라서 사납게 달려간다.
꽃과 풀잎 위로 말굽이 달리며 시든 꽃을 모질게 밟는다.
말의 갈기는 기쁨에 나부끼고 콧구멍의 숨결은 뜨겁기만 하다.
황금빛 태양이 처녀들의 모습에 빛을 감아서
그것을 반짝이는 물 위에 비추는데,
매우 아름다운 처녀가 소년에게 동경의 긴 눈길을 보낸다.
그 자랑스러운 태도는 하나의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커다란 눈의 불꽃 속에,
뜨거운 눈길의 어둠 속에 마음의 흥분이 호소하듯이,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5. 봄에 취한 사람.
Der Trunkene im Fruhling
Allegro.
* <대지의 노래> 중에서,
원시에 별다른 변형이 가해지지 않고
가장 충실하게 직역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원시 <춘일취기언지> (春日醉起言至), 이태백
(어느 봄날의 취중에 떠오르는 생각)
處世若大夢
胡爲勞其生
所以終日醉
頹然臥前楹
이 한 세상, 커다란 꿈과 같은 것,
어찌 아둥바둥 살으랴
그리하여 종일 취하여
쓰러져 앞마루에 누었노라.
覺來眄庭前
一鳥花間鳴
借問此何時
春風語流鶯
홀연 깨어나 뜰앞을 보니
꽃 사이 새 한 마리 울고 있어라
묻노니, 지금이 어느 시각이던가?
봄바람에 흐르는 듯 꾀꼬리 소리
感之欲歎息
對酒還自頃
浩歌待明月
曲盡已忘情
그에 느끼어 탄식을 하며
술을 대하여 또다시 잔을 기울이노라.
호탕히 노래를 하며 명월을 기다리노라니
곡조가 끝나자 이미 시름조차 잊었노라.
독일어 가사
봄에 술취한 자
인생이 한낱 꿈이라면
무얼 그리 애쓰고 초조해 할 것인가?
나는 종일 더 이상 마시지 못할 때까지 술을 마신다.
내 목구멍과 영혼이 충만해
더 이상 마실 수 없을 때
나는 문으로 비틀거리고 걸어가 단잠에 빠진다!
깨어 있을 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고?
들어라! 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노래하고 있구나.
나는 꿈만 같아서 물었다. 봄이 왔냐고.
"예, 왔습니다,
밤새 걸려서 왔지요."
새가 대답하는 소리 믿을 수 없구나.
새는 노래하며 웃는다.
나는 다시 잔을 채우고,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다.
그리고 어두운 창공에
달이 환하게 비칠 때까지 노래한다.
그러다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되면
다시 잠으로 돌아가리.
그러면 봄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나를 취하게 내버려두게!
이 시는 베트게에 의해 서늘할 만큼 냉소적이고
허무적인 것으로 변모된 것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삶이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애쓰고 고생하는가.
봄이야 와라, 나와는 무슨 관계인가. 나는 술이나 마실란다라는 것이 시의 골자이다.
말러는 베트게의 시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
6. 이별.
Der Abschied
Schwer.
전곡 중에서 나머지 다섯 악장을 모두 합한 것 만큼이나
길고 비중이 큰 악장이다.
그런 만큼 말러는 베트케의 시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와
'친구와의 이별' 두 시를 연결하였다.
이 두 시의 원작은 맹호연의 <宿業師山房待丁大不至>
(업사의 산방에 묵으면서 정대를 기다림)과 왕유의 <送別>이다.
원시 1, <宿業師山房待丁大不至>, 맹호연
(업사의 산방에 묵으면서 정대를 기다림)
夕陽度西嶺
群壑 已暝
松月生夜凉
風泉滿淸聽
석양이 서쪽 고개를 넘으니
모든 골짜기는 어느새 어두워지네.
소나무에 걸린 달은 밤의 서늘함을 더하고
바람 스치는 샘에는 맑은 소리가 가득하다.
樵人欲歸盡
煙鳥棲初定
之子期宿來
孤琴候蘿徑
나무꾼들은 돌아가려하고
연무 속의 새들도 둥지로 찾아가는구나.
이 사람이 온다고 하므로
나는 홀로 금(琴)을 들고 길가로 나가 기다리노라.
원시 2, <送別>, 왕유
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
但去莫復問
白雲無盡時
말에서 내리시게나, 그대에게 술을 따르리니
그대에게 묻기를, 어디로 가시는가.
그대는 말하기를, 뜻을 얻지 못하여
종남산 기슭에 은둔하러 가노라 하는구나.
그렇다면 가야지 다시 묻지 않으리니
그곳엔 흰구름 걷힐 때 없으리라.
말에서 내려 한잔하게나.
자네는 어디로 가려하는가?
자네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고,
남쪽의 산에서 홀로 살고자 한다고 대답하는군.
가기고 결정을 한 것이라면, 내 더 묻지는 않으리.
그러나 우리의 우정은 하늘의 한 구름처럼 영원할 것이네.
The Farewell
<맹호연>
The sun is going down behind the mountain.
in every valley evening is descending.
bringing its shadows, which are full of coolness.
O look! where like a silver bark afloat,
the moon through the blue lake of heaven soars upwards.
I sense the shivering of a delicate breeze
behind the dark fir trees.
The brook sings, full of melody, through the darkness.
The flowers grow pale in the twilight.
The earth is breathing, full of rest and sleep;
all desire now turn to dreaming.
Weary mortals wend homewards,
so that, in sleep, forgotten joy
and youth they may learn anew.
The birds huddle silent on the branches.
The world is falling asleep!
It blows cool in the shadows of my fir-trees.
I stand here and wait for my friend
I wait for him, to take the last farrewell.
I long, O my friend, to be by your side,
to enjoy the beauty of this evening.
Where are you lingering? you leave me long alone!
I wander to and fro with soft grass.
O beauty; O eternal love-and-life-intoxicated world!
<왕 유>
He alighted from his horse and handed him the drink of fafrewell.
He asked him whither he was going,
and also why it had to be.
He spoke, his voice was veiled!
Whither I go? I go. I wander in the mountain.
I seek rest for my lonely heart!
I journey to the homeland, to my resting place.
I shall never again go seeking the far distance.
My heart is still and awaits its hour!
The dear earth everywhere
blossoms in spring and grows green aginn!
Everywhere and eternally the distance shines bright and blue!
Eternally.....eternally.....
고 별
태양은 산 뒤에 숨는다.
모든 산골에는 서늘하게
그림자가 깔려 저녁이 된다.
보라, 달이 어쩌면 저렇게 푸른 하늘에
은빛 조각배처럼 떠 있는지.
나는 어둑한 소나무 아래로 부는
부드러운 바람을 느낀다.
시냇물은 어둠을 뚫고 큰소리로
아름답게 노래한다.
꽃은 박명(薄明) 속에서 창백해진다.
세상은 휴식과 수면으로 가득 차 깊이 숨쉰다.
모든 동경이 이제는 꿈속으로 빠져들고,
지쳐 있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잠 속에서 잊혀진 행복들을 찾으려고
그리고 젊음을 새롭게 알기 위해!
새들은 나뭇가지 위에 조용히 앉아있다.
새들은 잠에 빠져든다!
내 소나무 그늘에는 서늘한 바람이 분다.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그를 기다린다.
오, 나의 친구여, 너의 앞에서
이 저녁의 아름다움을 즐기려 한다.
어디에 있는가? 나를 너무 오랫동안 혼자 내버려두는구나!
나는 거문고를 가지고 여기저기 방황한다.
부드러운 풀잎 우거진 길을,
오 아름다움이여! 영원히 사랑과 생명으로 취한 세계여!
내려와 그에게 작별의 잔을 주었다.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하는가를.
그는 말했다. 그 소리는 정확하지 않았다.
오 나의 친구여,
이 세상에서 나는 행복을 얻을 수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산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련다.
나의 고독한 마음을 쉬레 할 휴식처를 찾고 있다.
나의 고향으로, 나의 집으로 방랑의 길을 떠날 것이다.
멀리 방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은 잔잔해지고, 그 시간을 기다리련다!
사랑하는 세상은 어느 곳에서나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새로 꽃이 자란다.
어느 곳에서나, 영원히
그 멀고 먼 곳까지 푸른빛으로 빛나리라!
영원히....영원히...
산수화 : 겸재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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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노래와 산수화를 보실분은 위의 주소로 찿아가 보십시요.
제 실력으로는 노래가 옮겨지지 않네요. 씨야
음악살롱 > 음악살롱
2008.11.29 18:22
이백의 시가 말러의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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