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의 거장 81세 노익장
Ennio Morricone
- 두번째 내한 콘서트 5월 27일 공연을 품다 -
The Mission Medley - From 'The Mission' (1988)
1. Gabriel's Oboe // 2. The Falls // 3. On Earth as It is in Heaven Carlo Romano, oboe / Roma Sinfonietta Conducted by Ennio Morricone February 2007, UN Headquarters New York City

살아있는 영화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꼬네의 서울콘서트 둘째날 5월 27일(수)은 꿈같은 행운의 밤이었다. 2년 전의 첫 내한공연 이후 다시 보게될까 여기던 거장이, 81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정정한 열정으로 황홀한 감성 음악을 들려준 2시간 반이었다. 평생을 들여 쓴 500여 편 영화음악 중의 엄선된 걸작 27곡과 앵콜곡 5곡을, 100인조 헝거리 오키스트라 기요르 필하모닉과 104인조 극동방송 합창단의 웅장한 하모니로 펼쳐 6천여 관객을 시종 압도했다. 이태리의 유명한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음악 테마 순서에 맞춰 무대에 선 소프라노 수잔나 리가치의 고음 스캣도 자못 전율적이었다. 아릿하게 가슴 저미는 불후의 명곡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과 '미션' 메들리에서는 감동의 환호와 경의의 기립박수가 울려 터졌다.
모리꼬네 영화음악의 공감을 되살리는 몇 곡을 다시 들어본다. 두해 전 첫 내한공연 직전인 2007년 10월 1일 9홈의 음악살롱에 여섯곡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엔 '미션' 메들리 말고는 모두 새로운 곡으로 들어본다.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 콘서트의 실황은 아니지만 YouTube에서 동일한 내용의 동영상을 골랐다. 모리꼬네와의 대면은 정말 이번으로 마지막이 아닌가 싶어 새삼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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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stasy of Gold' from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영화 '석양의 무법자' (1966) soprano Susanna Rigacci (이번 서울공연에도 출연)
Theme from 'The Sicilan Clan' 영화 '시실리안 패밀리' (1969) Ennio Morricone Live at Torino, Italy (2006)
Theme from 'A Fistful of Dynamite' 영화 '석양의 갱들' (1971) Ennio Morricone Live in Warsaw, Poland (2007) Polish Radio Orchestra & Orietta Manente, soprano
Theme from 'The Legend of 1900'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1998) Ennio Morricone Live at Arena, Italy (2007)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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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시네마 천국'이나 '미션'에서 처럼 영혼을 울리는 짙은 감성의 응축이 강점이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많이 나왔던 Italo-Western, 일명 마카로니 웨스턴에서는 더욱 빛을 내주는 천사가 된다.
석양의 무법자나 황야의 무법자 등 총잡이 영화에 모리꼬네가 입혀준 그 살 떨리는 음악이 없었다면
영화의 매력은 반감할 수 밖에 없다. 영화의 추억 앞자리에는 언제나 그의 기막힌 음악이 먼저 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화사랑-영화음악 사랑이 보통이 아닌데 모리꼬네는 2004년과 2005년 연달아 일본에
다녀가면서 한국엔 관심도 안두었다. 뒤늦게 2007년 첫 내한공연으로 예상 밖의 엄청난 반응을 체감한 거장은
노구를 이끌고 다시 왔다. 100명이 훨씬 넘는 대식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넓은 체조경기장에서의 산만한 공연이
불가피했겠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같은 제대로 된 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을 내내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