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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블루스 _ 주현미

(崔致守 작사, 金富海 작곡, 安貞愛 노래, 1958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에
단풍잎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의 詩 '사평역에서' -                                      
 
    곽재구 시인은 늦은 밤 막차를 기다리는 피곤한 시골역 대합실의 페이소스를 실감 나게 그려낸다. 청승맞은 블루스 멜로디의 유행가 '대전발 0시 50분'의 그 정서다. 만남과 이별, 귀향과 가출, 생성과 소멸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역(驛)을 소재로 한 '대전 블루스'는 60년대 고단했던 서민의 애환을 그리움과 회한의 절묘한 교직으로 엮는다. 심성의 원형을 드러내는 트로트는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인가. 증기기관차가 덜컹대며 끌던 완행열차는 KTX 첨단열차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1959년 2월 제33열차로 탄생한 기차는 밤 8시 45분에 서울을 출발, 0시 40분 대전에 도착, 다시 목포를 향해 0시50분에 떠났다. 지금은 서대전역으로 호남선이 다니지만 당시에는 대전역을 거쳐갔다는데 그나마 1년후에 새벽 3시로 발차시간이 바뀌었다. '대전 블루스'는 50년 세월 빛바랜 추억 속에 저려오는 노래의 하나다. 대전역 앞의 허름한 선술집에선 잊혀진 낭만과 애수를 부르는 이 노래가 오늘도 들릴 것이다.


            대전 우송대학교에 있는 '대전 블루스' 노래비




            대전 블루스 _ 안정애 (1958, SP음원)



            대전 블루스 _ 장사익



            대전 블루스 _ 김용임




            大田ブルース _ 아오에미나 (靑江三奈)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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