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합창곡에 맞춰 추는 붉은 발레 - ‘카르미나 부라나’
웅장한 남녀 혼성합창이 뿜어내는 에너지. 타악기의 악센트와 함께 단2도 음정으로 떨어지는 강렬한 주제 선율. 눈앞에 붉은 깃발이 일렁이는 듯 색채적 이미지를 띠는 발레. TV광고나 영상물에 수없이 삽입된 ‘오, 행운의 여신이여’라는 곡으로 유명한 칼 오르프의 총체극 ‘까르미나 부라나’가 오는 2007년 8월3일부터 4일까지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독일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 칼 오르프(Carl Orffㆍ1895~1982)를 일약 세계적인 거장으로 격상시킨 ‘카르미나 부라나’는 193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이후 1953년 봄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오르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작품이 총체극이라 불리는 이유는 음악ㆍ극ㆍ무용의 삼박자를 갖췄기 때문. 합창과 발레로 전달되는 극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흔치 않기 때문에 오페라와는 또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4년 국립합창단과 국립발레단에 의해 초연됐으며, 이듬해 국립발레단과 국립합창단의 정기공연으로 1주일간 재공연할 당시 연일 만원사례를 이뤄 주목 받은 바 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에 발레까지 결합돼 한번 무대에 오르려면 2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되는 대작인지라, 그동안 하이라이트만 발췌해 갈라 프로그램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막공연은 12년만이다. 이번에도 역시 국립발레단과 국립합창단이 참여하고, 여기에 고양시립합창단과 전문반주오케스트라로 유명한 모스틀리 필하모닉오케스트라(MPO)가 더해졌다. 지난 두 차례 전막공연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던 오세종씨가 지휘를 맡아 230여 명의 단원을 이끌 예정이다.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올라 있고, 출연 가수들은 중세 수사복을 입고 등장한다. 이 작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수레바퀴는 캐나다 르그랑 발레단(Les Grand Ballet)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인데, 인간의 돌고 도는 삶과 지구, 운명을 쥔 여신의 손을 상징한다. ‘카르미나(CARMINA)’라는 제목은 라틴어 ‘카르멘(CARMENㆍ노래라는 뜻)’의 복수형이며 ‘부라나(BRANA)’는 보이렌이라는 지역명의 라틴어 이름이다. 즉, ‘카르미나 부라나’는 ‘보이렌의 시가집’을 뜻한다. 독일 뮌헨 남쪽 바이에른 지방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된 세속 시가집을 바탕으로 한 원전은 도덕적 풍자적인 시 ▷연애시 ▷술잔치의 노래, 유희의 노래 ▷종교적인 내용을 가진 극시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원전 악보는 해독이 불가능한 상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카르미나 부라나’는 칼 오르프에 의해 현대적으로 전혀 새롭게 창작된 것이다. 합창과 발레 오케스트라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주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일관된 리듬으로 짧은 모티브를 반복하는 미니멀한 작곡 기법이 특징적이며, 무용적인 측면에서는 강렬한 음악에 맞춰 영감을 마음껏 표현하는 자유로움과 과감함이 두드러진다. 안무는 에리카 한스카, 하인츠 로렌 등 다양한 안무가의 작품이 있는데, 국립발레단은 페르난드 놀트(Fernand Naultㆍ1920~2006)의 안무를 선택했다. 놀트의 안무 중에서 ‘구어진 백조의 노래’에 맞춰 바비큐대에 오른 백조를 표현하는 남성 독무는 특히 압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