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곡 '가고파' (이은상 시, 김동진 곡)의 후편을 들어 보셨나요?

by 한구름 posted Aug 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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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곡 '가고파'의 김동진 선생

파란만장 일생 96세로 영면



故 金東振 선생(1913~2009)


지난 7월 31일 별세한 작곡가 김동진 선생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12월 임진강을 건너 월남했다. 평양음악대학 교수로 평양교향악단의 전신인 중앙교향악단과 합창단을 창단하며 지휘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공산 치하에 염증을 느꼈다. 그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헌병의 검문을 받았다. 아무런 신분증이 없었지만 자신이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곡〈가고파〉의 작곡가라고 소개하자 헌병은 아무 말 없이 놓아주었다. 삶과 죽음이 말 한마디에 갈리는 치열한 전시에도 '국민 가곡'의 힘은 그만큼 컸다.



'가고파' - 테너 이인범 (이 곡을 최초로 부름)


가고파 - 테너 안형일


가고파 - 소프라노 조수미



가고파 (전편)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노래의 첫구절만 들어도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가슴이 시려오며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는 <가고파>는 1933년 선생의 약관 20세 때 작품이다. 양주동의 강의를 통해 이은상의 동명(同名) 시를 알게 된 그는 곧바로 곡을 붙였다. 그만큼 우리가 이 노래에 친숙해 있고 이 노래에 정이 들어 있는것 같다. 그런데 이 노래가 이렇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을 받게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故 테너 이인범씨가 일제 시대 <전 일본 성악 콩쿨>에서 우승하여 전 일본 도시를 순회 공연을 할때 어느 공연장에서나 그 당시 신곡으로 처음 선을 보인 이곡을 레파토리에 꼭 넣어 부르면서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고 우리의 민족혼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래서 이 노래의 작곡자 김동진씨는 이인범씨 때문에 자기 노래가 유명 해지고 자기가 이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음으로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분은 바로 이 분이라고 故이인범씨 장례식장에서 弔辭를 읽을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 한다.

<가고파>는 이은상의 실제 고향인 경남 마산 앞바다를 그리며 지은 노래이다. 파랗고 잔잔한 고향 바다와 그 위를 날고 있는 물새들 그리고 같이 뛰어 놀던 어릴적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구구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鷺山 李殷相의 시에 金東振이 곡을 붙인 10절의 가사를 가진 通節形式의 이 노래는 1933년 김동진씨가 평양숭실전문학교에 다니던 학생시절에 작곡, 광복뒤 널리 알려졌다.

한국 가곡의 형태가 아직 정립단계에 이르지 못했던 당시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타는 심정을 낭만적인 표현으로 잘 그린 시와, 이 시의 정서를 잘 담아낸 이곡은 노랫말과 선율이 맑고 아름다워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불리는 가곡의 하나가 되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젊은 시절의 김동진씨가 지은 이 가곡은 한국 가곡의 역사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고파'의 후편을 들어보셨나요?

'가고파'의 후편 가곡이 있다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 고향 남쪽바다...' 로 시작되는 전편이 작곡된지 무려 40년만인 1973년에 지어진 노래이기도 하지만 '전편 가고파'가 너무나 귀에익은 명곡이어서 '후편 가고파'는 그 후광 속에 가려져 빛을 크게 못 본 것이라 여겨진다.



가고파 (후편) - 테너 엄정행


가고파 (후편)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 옛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 아까와라 아까와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안겨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 아까와라 아까와 

일하여 시름 없고 단잠 들어 죄 없은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 동무 노 젓는 배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 바다 물을 따라 나명 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또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나 살꺼나 
돌아가 알몸으로 깨끗이도 깨끗이



김동진씨가 20代 시절에 작곡하여 발표한 '가고파'가 많이 불리고 사랑 받는것에 비해 환갑날에 내놓은 제2의 가고파인 '가고파 후편'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것 같다. 그것은 '가고파' 後篇이 나온 1970년대만 하여도 우리 나라 문화, 음악등이 다양하고 복잡해 졌기 때문에 가곡 말고도 다른 노래. 다른 문화 등 즐길만한것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김동진씨가 경희대 音大 교수로 계실때 그 분께 직접 배운 한 음악도의 말에 의하면 김동진씨가 처음 이은상씨의 시 '가고파'로 작곡을 할 때 그 시가 너무 길어서 먼저 앞부분 절반만을 가지고 곡을 만들고 나머지 부분은 또 다른곡으로 바로 이어서 작곡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고파'가 나온지 얼마 안되어 그 곡이 이인범씨에 의해서 널리 알려지고 유명해지니까 김동진씨에게는 나머지 詩로 제2의 곡을 만드는것이 더 어려워 졌다고 한다. 먼저 나온 곡과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먼저 곡보다 더 좋은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했기에 마음의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악상이 떠 오를 때마다 메모해 놓았던 것을 찢어버리고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기를 60세가 되기까지 되풀이 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김동진씨는 1973년 노산 기념 사업회에서 이은상 가곡의 밤을 준비함에 이르러 그때까지 10편 가운데 나머지 후편 6편을 작곡 하기로 결심하고 41년 전의 영광을 되살리려 2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모두 음률로 옮겼다고 한다. 전, 후편을 모두 이어서 부르면 12분쯤 걸리는데. 후편 첫부분은 전편과 전혀 다른 주제가 나오고 뜃부분은 다시 전편과 같은 리듬으로 구성되어 전체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구성 한구름)





가고파 (전-후편 합창) - 대구남성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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