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No.5 '황제' 중 3악장
Beethoven - Piano Concerto No.5 in Eb, Op.73 ('Emperor') 3.Rondo: Allegro ma non troppo
(↑HQ 고화질로 보세요)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Myung-Whun Chung (정명훈)
Nicholas Angelich (니콜라스 앙겔리히), Piano
대학가의 뒷 골목, 지금은 없어진 '별장다방'에서 거의 아침마다 들었던 베토벤의 '황제'.
3악장 전곡을 다 듣기엔 시간이 많지 않으면 제3악장 만을 청해서 자주 들었다. 첫 시간
강의가 그 지긋지긋한 민법이나 상법이라면 의례 학교와 반대 방향인 별장으로 향했다.
하숙집 내 옆방의 장 군은 이미 학교로 갔는지 기척이 없다. 장 군은 경기고교를 1년 월반
한데다 검정고시로 들어온 천재, 재학시절에 고시에 붙어 판사를 지냈고 나중엔 국회의원
금뱃지도 달았다. 이런 친구를 옆에 두고도 본받기는 커녕 속물이라고 빈정댔으니 한심의
극치였다. 후에 출세한 그를 만나 잔뜩 주눅 든 내게 오히려 날 부러워한다며 웃긴 친구다.
'별장다방'은 삐꺽대는 나무층계를 오르는 초라한 목조 2층이지만 괜찮은 오디오 장비와
클래식 명반이 많았다. 문리대 친구 몇몇이 벌써 나타나 계란 노른자를 띠운 모닝커피를
들고 있었다. 베토벤 피협 5번 '황제'는 박하우스(Wiihelm Bachaus)의 판을 주로 들었다.
'황제'는 세 악장 모두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 특히 2악장은 나른한 저녁시간 꿈꾸듯이
심신에 젖어드는 아늑한 아름다움에 넘친다. 이에 비하여 마지막 3악장은 일관된 리듬이
주도하는 경쾌한 론도형식으로 피아노의 유려하고 힘찬 탄주가 긴장감을 놓지 않게한다.
숙취를 없애듯 속을 말끔히 비우고 다시 가득 채워넣는 새아침의 충일이 더 없이 좋았다.
베토벤 '황제'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별장다방, 듣고 또 듣던 그 감동은 아직 그대로다.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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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앙겔리히의 천제성에 감탄하면서---. 감사합니다. '별장다방' 추억을 들으며 옛날 나에게도 비슷한 추억을 남겨준 '르네쌍스'
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렸을때 그때부터 클래씩 메니아였던 오빠를 따라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있던, 신기하게도 지금도 생생한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