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이니까

by 김상각 posted Oct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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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여자이니까)


안도현
사 랑
가을에는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 때 쓰러질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것은 덮어주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찬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


사랑 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에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온는데 칠 십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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