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 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 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 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드메뇨
강남 길로 해남 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 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 가는배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시인의 마을 - 정태춘노래
시인의 마을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 구름 흘러가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맑은 한줄기 산들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자연의 생명의 소리
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건네 주리오
내 작은 가슴을 달래 주리오
누가 내게 생명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면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 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
당신의 울적한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마음의 위안 돼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사랑하는 이에게 - 정태춘, 박은옥 노래
사랑하는 이에게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깊은 밤에도 잠 못 들고 그대 모습만 떠올라
사랑은 이렇게 말 없이 와서 내 온 마음을 사로잡네
음, 달빛 밝은 밤이면 음, 그리움도 깊어
어이 홀로 새울까 견디기 힘든 이 밤
그대 오소서 이 밤길로 달빛 아래 고요히
떨리는 내 손을 잡아주오 내 더운 가슴 안아주오
~ 霧 城 ~
(정태춘, 박은옥이 얼마전에 30주년 기념연주회를 가졌다는 소식을 읽고 올립니다. 정태춘의 노래는 1990년대 초 서울에 잠깐 들렸을 때 뮤직스토어의 젊은 여점원에게 소개 받은 후 많이 좋아하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