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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5 00:43

막차는 오지 않는데

조회 수 941 추천 수 15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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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곽재구 詩]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
    이태식 2010.01.16 12:37
    곽재구 시인의 유명한 시 '사평역'의 쓸쓸한 겨울밤 대합실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이 노래...
    음유시인이라고 불려지는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라는 곡이지요.

    베두로가 메일을 보내왔는데 샌프랜시스코의 연봉모가 뉴저지에 전화를 걸어
    이 노래가 너무 좋다면서 공감을 표했다고 합니다.

    틈만 나면 자주 듣곤 한다는 김상각의 애청곡... 이에 매료된 친구 연봉모의 감성...
    시공을 넘어 좋은 노래 함께 들으며 기쁨을 나누고 우정을 다지는 모습이 흐뭇하지 않습니까??!!
  • ?
    김상각 2010.01.17 18:28
    Esso.. 자주 즐겨 들으면서도.."곡목" 도 "부르는 사람도" 몰랐는데 "정태준 + 박은옥" 부부의 곡이군요. 고맙습니다.
    일부러 전화 해준 연봉모 작가의 관심도 감사.. 좋은 사진 작품도 겸하여 仰請 !

    +++
    맥선 .. : 맥선도 들으셨구료. 맞아요... 무언가 기다리는 마음이,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이 노래를 즐겨 듣게 만듭니다.
  • ?
    맥 선 2010.01.16 23:33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노래를 들었네.
    흐르는 멜로디.... 노랫말....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그리고 첫기차가 닥아 올 것만 같은 시골 기차역......
    이 멋진 네가지에 무얼 더 보탤 수 있겠는지!
    완벽한 하나의 작품을 대하는 것 같군.
    이렇게 어울리는 걸 모아서 우리들 마음 속에 가라 앉은 앙금을 끓어 오르게 한
    그대 상각과 태식에게 경탄의 념을 보낸다.
  • ?
    무성 2010.01.22 09:38
    정태춘, 박은옥의 좋아하는 노래를 쓸쓸하면서도 어째서인지 마음을 포근해 주는 시를 읽으며 들으니 더욱 마음이 흔들리 네요. 싸늘해져가려는 마음을 따뜻이 감싸주는 "한줌의 톱밥"은 기다림을 달래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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