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발레의 진수
Le Parc (The Park)
Ballet de L'Opera National De Paris
(파리 오페라발레단)
모던 발레의 진수를 감상하는 쉽지않은 기회를 가져 보겠습니다.
우선 위 동영상을 끝까지 봐 주시기 바랍니다. 파리의 '공원'에서 펼치는 2인무
입니다. 공원에서 마주친 남녀들 중의 두 주인공이 서로 끌리면서도 처음에는
어색해 하다가 점차 사랑으로 맺어지는 이야기를 추상적이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합니다. 창작발레라 생경하면서도 독창적인 몸짓이 먼저 눈을 끕니다.
서로를 탐색하듯 맴돌다 접촉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탐닉해 가는 과정이 아름답
고도 신선합니다. 약간은 에로틱하지만 그만큼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어울리는
호소력 큰 사랑의 언어...말보다 더 진솔하게 뜨겁게 보여주는 몸의 이야기...
서로의 숨결과 체온이 느껴지듯 밀착된 현실감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타고 넋을
잃게 합니다. 전 3막으로 구성되어 중심을 이루는 세 편의 파드되 중 마지막
3막의 클라이막스 장면입니다.

발레 용어인 프랑스어 '파드되(pas de deux)'는 클래식 발레에서 주역인 발레
리나와 그 상대역인 남자가 서로 어울려 추는 춤입니다. 아다지오, 바리아시옹,
코다의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이 작품에 채용된 음악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4번, 15번, 23번의 느린 악장으로, 고전 발레의 우아한 안정감을 곁
들인 현대 발레의 신선미를 극대화 해 줍니다. 모차르트가 이 발레를 위해서 작곡한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평입니다.
 Angelin Preljocaj, Choreographer
'Le Parc'는 1994년 프랑스의 안무가 안젤랭 프렐조카주(Angelin Preljocaj)가
창작하여 파리발레오페라단에 의해 파리 가르니에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초연시의 주역은 이자벨 게랭과 로항 일레어가 맡았데 이들이 1999년에 공연한
작품은 영상물(DVD)로도 발매되었습니다.
안무가 프렐조카주는 1957년 알바니아 출신인 부모가 파리로 이주한 지 닷새
만에 태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고전 발레를 배웠지만 현대무용으로 전향하여
카린 위넨에게 배웠고 1980년에 뉴욕으로 건너가 머스 커닝햄을 사사합니다.
1981년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캉딘 루이어, 비올라 파버 무용단에서 활동
하였고 1984년에 자신의 무용단인 프렐조카주 컴퍼니를 설립하였습니다.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프랑스의 10대 안무가 중 하나로 꼽히며 리옹 오페라
발레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도 초청받아 작업합니다. 1993년에는 샤토
발롱에서 '발레 프렐조카주'를 창단했으며 1996년에는 무용단의 본거지를
엑 상 프로방스로 옮겨 [National Choreographic Centre(국립 무용단 성격의
국립 무용센터로, 프랑스에 총 19개가 있다고 함)]의 안무가 겸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퍼레이드], [장미의 정령]과 같이 고전 발레에 바탕을 둔
모던 발레와 동시에 [로미오와 줄리엣], [봄의 제전]에서의 파격적 시도 등
다양한 소재에 따른 개성적인 연출로 프렐조카주 자신만의 색채를 대담하게
펼쳐가고 있습니다.

무용평론가 송종건 씨의 관람평 (발췌) 이 작품이야말로 진정 이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세계적인 창작발레라는 것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예술협력(Artistic Collaboration)을 통해, 종합예술로서의 시너지효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클래식한 테크닉을 배제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이루어 나가는데, 결코 완벽한 클래식주의자들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끈적한 클래식의 내음이 물씬거리고 있다.
완벽히 상징되어 상큼하게 안무된 움직임의 2인무가 이루어지고, 그 속에는 여자가 남자를 3번이나 머리로 가슴을 쥐어박는 파격적인 움직임도 있는데, 이것도 충분히 작품 표현력의 일부로 잔잔히 스며들고 있다. 다시 3막에는 남자 4명이 여성을 몽유병자처럼 들고 움직인다. 이어진 파드되는 몽환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가장 섬세하게 절제된 에로티시즘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파리오페라하우스 가르니에극장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여 과람하고 있던 이날 공연은, 가장 현대적 낭만과 우아함을 보이면서도 관객들을 계속 예술적 긴장감 속에 빠져들어 가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는 상태로 이틀 만에 다시 본 이 공연은, 사실은 두 번째 본 이날 공연에서 더 큰 긴장감을 느낀 것 같았다. 관객들의 수준도 높았지만, 작품이 그만큼 객석을 무대에 빨아들이고 있었다.
솔직히 이 작품은 ‘마농’류의 창작발레와는 그 차원이 다른 발레였다. 이 작품은 우리시대의 발레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던 발레였다. 그리고 그동안 쁘띠빠, 이바노프 시대 이후, 전 세계의 클래식발레 대작의 창조는 사실상 끝이 났다고 생각해오던 평자를 깊이 반성하게 만들고 있던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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