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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housand Kisses Deep
Leonard Cohen
(1934~ Canada, age 76)



천번의 키스만큼 - 스님가수 레오날드 코헨


“불타는 바이얼린 맞춰 당신의 아름다움을 향해 춤춰 주어요. 두려움을 벗어나 안전하게 나를 추스를 때까지 춤춰주어요…”

1920년대에 오픈하여 오하이오 주도 컬럼버스에서 몇십 년을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활동했던 역사를 보여주는 우아한 극장이다. 극장을 메운 3,000명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이 낮고 굵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전율을 느낀다.

수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70대 후반의 가냘픈 노인 어디에서 이렇게 힘차고 깊은 소리가 나오는 걸까? 가사와 함께 어우러져 인생의 끝자락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한 듯한 진지함과 허무함이 함께 묻어나는 소리. 그만큼 지혜롭고 겸허하여, 나를 담고 기대고 싶어지는 소리. 그 격정에 나도 모르게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소리.

그가 밴드 멤버를 하나씩 소개한다. 한 사람씩 짧은 독주를 한다. 잘 생긴 성직자 모습의 그는 그 젊은이들의 독주가 끝날 때까지 중절모를 벗어 가슴에 대고 꼼짝 않고 그들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의 그런 무의식적 행동이 감동적이다. 그 노인의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겸허함이 진지하게 읽혀진다.

또 무릎 꿇고 눈 감은 채 노래할 땐 그 절절함에 가슴이 찡해진다. 간간이 참신하고 스마트한 유머를 곁들일 땐 천재 같은 안목과 소년 같은 순수함에 맑게 웃지 않을 수 없다.

레오날드 코헨은 1934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대학시절 이미 몇 개의 시집을 출판하여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법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1960년대 내내 종교, 고독, 성, 대인관계를 다루는 시집과 소설을 출판하면서 캐나다 내에서는 잘 알려진 시인이 되었다.

그러나 1967년, 10대 때부터 기타를 치며 밴드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가수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와서 앤디 워홀과 가깝게 지내기도 했다. 그의 첫 앨범은 미국 내에선 노래가 너무 철학적이고 어둡다는 이유로 실패했지만, 영국에서는
1년 이상 인기차트에 올랐었다. 그의 노래는 곧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어 ‘수잔’
(Suzanne)의 경우엔 수년 동안 그의 커버 노래가 되기도 했으나, 실은 캐나다와 유럽에서 더욱 크게 사랑받았다.

초기엔 어쩌면 목소리보다 가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의 노래는, 70년대에 인기 절정에 이르렀고 80년대부터 조금씩 뜸하게 듣게 되었다. 하지만 곧 다른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고 영화음악으로도 쓰여 지면서 다시 인기를 얻어, 후세 젊은 사람들로 부터도 사랑 받게 되었다. 그 노래들은 그의 글의 주제들은 물론 정치, 사회문제까지 다룬다.

1994년, 순회공연을 마치고 난 그는 LA 발디산 선종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다. 하지만 5년 후 절을 나와 다시 노래를 짓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들은 어두웠던 이전의 노래들과 조금 달리 좀 더 낙관적, 참여적, 외향적, 종교적이다.

2008년, 그는 76세의 나이로 15년 만에 캐나다 동부와 유럽을 순회하며 무려 60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나이를 더 하면서 더 낮고 깊어진 그의 목소리는, 이제 가사와 더욱 걸맞아 노래에 신비함을 더 한다. 7월 런던 공연엔 관중이 2만명에 달했는데, 그 공연 DVD는 현재 사상 최고의 라이브 공연 DVD로 꼽힌다.
2009년엔 미국 순회공연을 했는데, 나는 그 11월 공연에 갔었다.

최근 그와의 인터뷰를 보았다. 가수가 된 것은 시인 수입으로는 생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했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순회공연을 하게 된 것도, 전 매니저의 사기행각으로 많은 돈을 잃었기 때문이라 했다. 그의 솔직함과 담담함에, 치사한 현실까지에도 경외심을 갖는 그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의 노래는 들을수록, 읽을수록 맛이 난다. ‘사랑의 저 끝까지 춤으로 이끌어 달라’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천 번의 키스만큼 깊게’ 삶을 음미해 보련다.


김보경 :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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