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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게 연주하라."



      -Bruno Walter-



브루노 발터 Bruno Walter (1876~1962)



한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두 발의 총알이 든 총이 있고 당신 앞에는 ‘지휘자’ 와 ‘히틀러’ 와 '스탈린’ 이 서있다.

당신이 누구든 두 사람을 골라 마음대로 쏠 수 있다면 누구와 누구를 쏘겠는가?”

단원은 서슴없이 답했다.

"지휘자! 지휘자에게 두 발 다 쏜다."

위와 같은 농담은 물론 카리스마의 극단을 치달은 20세기의 지휘자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단원들의 지휘자에 대한 존경심 없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브루노 발터. 이 지휘자야말로 앞서 말한 두 발의 총알을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항상 감사와 겸손과 존경의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갔다. 단원들의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 것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월간 『객석』>.


브루노 발터는 토스카니니, 푸르트벵글러와 더불어 '3 대 마에스트로' 로 지칭되는 베를린 태생의 유태인 지휘자입니다. 절대 카리스마와 독재의 성역이었던 그 시대의 마에스트로들과는 달리, 단연 돋보이는 따뜻한 심성의 인격자로서 오늘날에까지 존경을 받는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예술가들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정신세계가 있다.' 라는 유의 통념적 합리화가 필요치 않은 편안한 사람이었고, 그의 인품을 나타내는 일화도 무수히 전해옵니다.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이 예술가는, 가장 격렬하게 화가 난 모습이 그저 입을 꽉 다물고 있을 때 정도였다고 하니 어진 성품의 정도를 가히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성품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따사로운 인간미가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그의 연주는 듣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것이죠.

인격적 자질로서 음악가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군림하는 마에스트로가 아닌 동료로서의 마에스트로였다는 점이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개개인의 역량을 하나의 음악으로 도출해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

 

 

 

“비록 오늘날 뮤즈의 신이 지쳐버린 듯 보이고 차가운 가을을 맞아 영혼의 꽃도 열매도 멈춘 듯 여겨지나, 비록 오늘날의 모든 재능과 수고가 물질주의와 기술주의로만 치닫고 있으나, 비록 우리 시대의 영적인 기후가 마치 지구 기후의 변화처럼 치명적인 형태로 변해 버렸으나, 나는 확신한다. 인류는 마땅히 이 질병에서 회복되어야 한다. 영적이고 도덕적인 힘들이 고결한 샘물처럼 다시 흐르게 해야 한다."
-Bruno Walter
        

1876년 9월 15일, 브루노 발터는 베를린에서 실크 상점을 하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브루노 발터 슐레징거로, 양친 모두 유태인이었습니다. 슈테른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열 살 때 공개 연주회를 갖고 열세 살 때엔 베를린 필 하모니와 협연을 했을만큼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본인의 회고에 의하면 지휘자로서의 미래를 결정한 것은 열세 살 무렵, 한스 폰 뷜로가 지휘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 스탄과 이졸데를 보았을 때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감동한 나머지 '지휘는 나의 천직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894년, 발터는 열여덟이 되던 해에 쾰른 시립 가극장의 지휘자로 데뷔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5년,  함부르크 시립 가극장의 지휘자였던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를 연습지휘자의 신분으로 만나게 됩니다. 말러는 그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피아노를 잘 치나요'

발터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피아노로 연주를 답으로 내놓습니다. 며칠 후 말러는 발터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데, 이번엔 발터가 묻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러자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자신의 교향곡1번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해 줍니다. 이날 이후 발터는 말러의 제자가 되고 말러 예술의 최고 해석자로 불리게 됩니다.

말러는 발터를 끔찍이 아꼈습니다. 발터는 그를 진심어린 애정과 존경으로 대합니다. 그는 말러를 따라 빈 필의 부지휘자로 가게 되는데요, 이때 말러의 충고를 받아들여 슐레징거라는 유태계 성을 버리고 국적마저 오스트리아로 변경합니다. 말러에  대한 발터의 존경은 또다른 말러의 대가 레너드 번스타인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말러는 발터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써 자신의 교향곡 초연을 맡겨 성장의 디딤돌을 마련해줍니다. 이에 발터는 자신의 연주회 레퍼토리 안에 빠짐없이 스승의 음악을 넣음으로써 존경을 표현합니다. 발터는 말러가 죽은 이후에도 평생동안 그를 가슴에 새기고 스승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절대 권위와 신경질적인 일상사로 인해 괴팍한 음악가로 알려진 말러의 문하에서 이렇듯 고상한 성품을 가진 제자가 배출되었다는 것이 다소 흥미롭습니다.

1929년, 발터는 푸르트벵글러의 후임으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됩니다. 지휘자로서 그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죠. 그러나 시대적 시련은 어김없이 그에게도 적용됩니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게 되면서 유태인이라는 그의 태생적 조건은 활동의 발을 묶어놓습니다. 활동이 금지되자,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음악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나치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합병되면서 그마저 그만두게 됩니다. 망명자가 되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 지휘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스위스에 머물던 그는 미국으로 떠납니다. 1930년부터 1941년까지 10년간, 나치를 피해 약 2만 5천명의 예술가, 음악가, 작가, 과학자, 인문학자들이  독일과 유럽을 탈출했던 걸 생각하면 유태인이었던 발터 역시 시대가 강요한 이 도피의 행로를 밟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미국에 데뷔하던 1922년, 이때 그의 나이는 마흔 여섯이었습니다. 뉴욕 교향악단을 비롯하여 보스턴, 디트로이트 등을 지휘했으며 전세계를 누비는 지휘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서 예술적으로 빛 났던 시기는 비엔나 궁정 가극장의 악장으로 있던 시기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볼 때도 이 시기의 해석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모차르트, 베토벤과 스승이었던 말러 등의 한정된 레퍼토리를 깊이 파고들었고 그들의 음악을 후세에 주옥 같은 명연으로 남겨 줬습니다. 발터의 회고에 의하면 자신이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 시작한 작곡가들을 순서는 베토벤, 슈베르트, 바그너,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서 "미를 이해하는 데는 성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발터의 모짜르트는, '가장 인간적인 모차르트' 로 평가받습니다. 그가 모차르트를 해석하면서 오케스트라에게 특히 강조하는 말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노래하라!" 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발터는 '음악이란 정서와 결부될 때 비로소 인간의 영혼에 호소할 수가 있으며 모든 음악의 주제는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고 이 두 요소를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때 '언제나 노래하기 쉽게 하는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발터는 낭만주의 계열로 분류가 됩니다. 그의 음악에서는 짙은 슬픔이나 음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절제와 자연스러운 선율이 듣는 이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평안을 갖게 하고 애잔하게 심금을 울리는 고혹적인 음악성을 한껏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듯 거의 그늘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음악을 가리켜 많은 음악평자들은 낭만적 혹은 로맨티스트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1956년, 여든 살이 된 발터는 심장에 문제가 생겨 공식적인 지휘 활동을 중지하고 칩거에 들어갑니다. 그때, 스테레오 녹음 방식이 개발되었고, CBS레코드는 그에게 새 녹음을 방식을 들고 찾아가 삼고초려를 합니다.

그 무렵,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 아론 코플란드코부터 콜롬비아 교향악단의 지휘를 부탁받습니다. 그로서는 생소한 악단인 데다, 생경한 방문자가 지휘를 부탁한 것을 두고 '대단히 무례하다' 라고 생각하지만, 악단 자체가 몹시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콜롬비아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로 합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맙니다. 제1바이올린부터 모든 단원들이 유럽의 유명한 현악4중주 멤버들이거나 아니면 유명한 독주자들로 짜여져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나치의 손길을 피해 망명한 유럽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악단이 바로 콜럼비아 교향악단이었고, 이 교향악단이 '콜럼비아사' 가 삼고초려를 했던 발터와의 레코드 녹음을 위해 급조된 오케스트라였습니다.

1957년 1월, 마침내 레코딩을 위한 콜럼비아교향악단과의 첫 리허설이 이루어졌을 때, 발터는 자신을 위해 모인 단원들을 향해 말합니다.

"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겨울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욱 깊이 사귈 수 있게 되었군요. 나는 우리가 참 좋은 가족으로서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로부터 6년 여가 지난 1962년 2월 17일, 발터는 심장마비로 85년의 생애를 마감합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나의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나의 인생은 매우 풍성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괴로운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며, 지옥 같은 괴로움을 맛보지 않으면 안되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쁜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죠.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일생을 통하여 나에게는 음악이라고 하는 고마운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오직 감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브루노 발터-


참고자료 발췌 인용 : 월간객석, 조희창, 안동림, 조윤용, et al

Text by Petro


Mozart: Symphony No.25 in G minor, K.183 
  Bruno Walter(cond)
Columbia Symphony Orchestra
  Recorded 1954


I. Allegro con brio(4:42)


II. Andante(4:26)


III. Menuetto - Trio(3:40)


IV. Allegro

 

 


Schubert  미완성 교향곡 1악장

 



  • ?
    김혜숙 2010.04.16 23:45
    영옥아, 부루노 발터의 모차르트를 듯게 해주어서 고마워. 그의 말러와 모차르트도 좋지만 나는 특히 그가 콜럼비아 교향악단과 레코딩한 베토벤의 교향곡 6번을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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