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30번, Opus 109, E 장조
베토벤의 마지막 세 피아노 소나타는 1821년-1822년사이에 작곡된것으로 그의 피아노 소나타의 극치를 알려준다. 이 세 소나타는 베토벤이 같은 기간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같은 모티프가 쓰여지고 있어서 비슷한 정서를 전해준다. 그래서 한 set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각 소나타는 각각의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아마 베토벤이 각각 다른 작품넘버를 준것은 이 소나타들의 독창성을 알려주려 한듯하다. 작품 109번의 30번 소나타는 아마 가장 시적인 소나타라고 할수 있다. 시작과 끝이 없다고 할수있는 소나타이어서 이소나타의 연주가 끝났을때는 보편적인 갈채와 박수보다는 "침묵"이 더 적합하다고 할수있다.
첫악장은 vivace ma non troppo와 adagio espressivo로 시작 하는데 보통 소나타 악장에서 세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부가 시작하는것을 무시하고 두개의 대조적인 테마로 전개된다. 첫번째 태마는 vivace로, 두번째 테마는 adagio로 대조적이면서도 신비스럽게 연결시켜준다. 제2악장인 prestissimo는 첫째악장에서 쉬지 않고 연주되는데 아주 빠른 템포로 제1악장과 대조적으로 전개된다. 이 악장는 소나타형을 갖고 있다. 제3악장은 하나의 테마를 6개의 variation으로 우리를 매혹한다. 이소나타는 다른 소나타와 다르게 아주 짧은 첫두악장으로 시작해서 제3악장이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결말을 들려 준다. 이 바리에이션들은 바하의 골드버그 바리에이션에서 인스피레이션을 받은 듯이 "사라반데"를 인용한다. 아마 이 악장처럼 평화로운 하모니에서 시작해서 극치의 황홀으로 이끌어가는 음악은 거의 없다고 할수있다.
(안드라스 쉬프의 해설에서)
Beethoven- Piano Sonata No. 30 in C major, Op. 109, 제 1, 2 악장 - Daniel Barenboim (Berlin, 2005) -
Beethoven- Piano Sonata No. 30 in C major, Op. 109, 제 3 악장 (Part 1) - Daniel Barenboim (Berlin, 2005) -
Beethoven- Piano Sonata No. 30 in C major, Op. 109, 제 3 악장 (Part 2) - Daniel Barenboim (Berlin, 2005) -
이 소나타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것일까?
시작과 끝이 없는 사랑이 있을수 있다면, 그런 인연은 불안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잔잔히 시간을, 그냥 시간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
봄날에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며
- 황동규 -
문주란 소철 귤 화분 속 여기저기 내려앉아 피어 있는
민들레들, 턱이 낮은 네모난 괭이밥 분 가장자리에
아슬아슬 붙어 핀 놈도 있네.
이놈들이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지,
초봄 내 망사 창을 닫아두었는데.
모르는 게 어디 한두 가진가.
어느 날은 마음에 가까운 것 멀리하고
먼 것 가깝게 해보려고
몇 번 읽다 던진 책 열심히 읽었다, 전화 한 통 없이.
(데리다, 데리다?)
세상 모든 일 다 그렇다고 하지만
클라우디오 아라우가 천천히
그 누구보다도 천천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마지막 악장을 치듯
치는 도중 찻물 끓어 그만 의자에서 일어섰나,
곡이 끝나듯
그렇게 살고 싶다.
오늘 같은 봄날 오후
미시령에 차 세우고 문을 열자
고요,
아 이렇게 미치게 바람 자는 미시령도!
저 하늘, 저 고요 속, 춤추는 호랑나비,
저 형상, 저 무한 곡선!
피렌체 남쪽 백여 리 시에나 시(市) 언덕
두오모 성당에 빨려들어간 오후 두시
정문 위 스테인 글라스가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성상(聖像) 모자익들 일순 승화하고
창 전체 세상 전체가 온통 부신 빛.
눈감으면
눈의 안마당에 들어와 춤추는 저 무한 형상령(形象靈)
저 춤의 무량(無量)!
의자에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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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霧 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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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도중 찻물 끓어 그만 의자에서 일어 섰나,
곡이 끝나듯
그렇게 살고 싶다." 읽고 또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