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서혜경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다단조 Op.18 3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중에서
(KBS교향악단, 지휘 장윤성 / 2008년 1월 22일 예술의 전당)

암과 싸우고 무대에 돌아온 피아니스트 서혜경
라흐마니노프 ‘폭풍 연주’ 90분 숨죽이던 객석이 흐느꼈다
33차례 방사선 치료와 대수술 … 암 이긴 서혜경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작곡가가 우울증을 극복하며 만든 곡이다.
암과 싸운 서혜경씨는 KBS 교향악단과 2,3번 협주곡을 한꺼번에 연주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라흐마니노프의 손자로부터 들은
라흐마니노프의 재기 스토리를 마음에 새겼다.
2008년 1월 22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에 이어 3번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 악장의 클라이맥스.
어렵기로 유명한 화음이 쏟아졌다.
피아노를 치던 서혜경(48)씨의 크리스털 귀고리 한 쌍이 모두 무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하지만 피아니스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온몸으로 건반을 계속 내리쳤다.
한 시간 반 동안 폭발적 연주를 마친 서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방사선 치료를 마친 지 3개월이 조금 넘었….”
말을 잇지못하는 그녀를 향해 청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귀고리가 떨어지는 것도 모를 정도의 열정 뒤에는 안쓰러운 모습이 있었다.
서씨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피아노가 쉬는 동안엔 왼팔을 들어 오른팔을 주물렀다.
양손을 깍지 끼고 뒤로 쭉 뻗어 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유방암 수술의 후유증이었다.
서씨는 2006년 10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겨드랑이의 림프절까지 모두 절단해 내면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 7명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중 5명은 “생명을 살리기도 힘든데 왜 피아노에 욕심을 부리느냐”고 나무랐다.
“나이 마흔을 넘어 겨우 피아노란 걸 조금 알 수 있게 됐어요.
음악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됐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
그는 암 덩어리를 안고 일본으로까지 날아가 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꿈같던 계약은 결국 포기해야 했다.
아버지 서원석(82)씨가 “살인죄로 고소하겠다”고까지 하며
매니저에게 딸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암이 그에게 처음 닥친 시련은 아니다.
만 스무 살에 국제무대(부조니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뒤 그는 근육마비를 겪었다.
2년 넘게 쉬었다.
“왜 나였을까요. 그것도 두 번이나.”
서씨는 33번의 방사선 치료와 한 번의 대수술이라는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수술 후 무리하지 말라”는 조언도 무시한 채
한 곡 연주하기에도 벅찬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을 두 곡이나 잡았다.
원래 세 곡을 치려 했지만 그나마 조금 양보한 결과다.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길었던 머리(스스로 삼손이라고 생각해 머리를 자르지 않았었다고 함)는
항암 치료 때문에 쇼트 커트로 바뀌었지만,
건반 주위에서 바람이 일 듯한 두드림은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그는 “살아난 뒤 사람을 사랑하게 됐고,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았다”고 했다.
음악도 깊었다.
협주곡 2번 1악장에서 악보를 잊어 버리는가 하면,
음악에 대한 욕심에 손가락이 방향을 잃는 모습도 간혹 보였지만
생명과 피아노 중 후자를 택한 그는 자신의 재기를 객석에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서씨는 아직 재발의 두려움 속에서 산다.
밀가루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스트레스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재발에 대한 공포 때문에 소스라치듯 잠을 깨는 새벽도 찾아온다.
연주를 마친 그는 “재발되지 않고 계속 연주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리고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슈만의 ‘꿈(트로이메라이)’이었다.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2008년 1월 23일 중앙일보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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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진 팔당음악회의 멤버로 팔당별장에서 가끔 피아노를 쳐보여주던 서혜경 씨가 2006년 유방암에 걸려
절망하다가 2년 동안의 필사적인 투병을 거쳐 재기의 무대에 선 그 현장에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서혜경은 올 해 5월 3일에도 세종문화회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협을 연주했고, 2008년 가을의 인기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도 출연하여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래 글은 지난 5월 서울에 처음 온 체코의 야나체크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당시, 세종문화회관 사이트에 올려진
서혜경 피아니스트 소개글의 일부입니다.
◆ 영혼을 지킨 불멸의 피아니스트 서혜경!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피아니스트인 서혜경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찰스턴, 쥬피터 심포니,
독일의 베를린, 프랑크프루트, 슈투트가르트 심포니, 러시아 모스크바 필하모니, 상트 페테르부르그 심포니, 영국의
런던 필하모니, 로열 필하모니, 일본 동경 국립 교향악단, 중국 상하이 필하모니, 콜롬비아 국립 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을 하였으며 리카르도 무티, 샤를르 뒤투아, 알렉산더 드미트리에프, 드미트리 키타엔코,
프란츠 벨저 뫼스트, 파벨 코간, 헨스 니가드, 파올로 올미 등 수많은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기도 하였다.
또 솔로이스트로서 그녀는 독일, 호주,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순회연주 하였으며 해마다 서울과 뉴욕에서 독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2006년 9월 유방암 진단과 동시에 의사들로부터 피아노를 포기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8번의 항암치료와 절제수술,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2008년 1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컴백 무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동시에 연주하여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으며 국내 언론들이 그녀의 부활을 1면 톱기사로 릴리즈하기도 했다.
놀라운 힘과 역동적인 연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혜경은 피아니스트로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첫 한국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9세에 데뷔하여 한국 국립 교향악단과 협연을 하였으며 20세의 나이에 한국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수여 받았다. 현재 그의 손가락은 한 열성 팬에 의해 한화 손해보험(Han-hwa Marine & Fire Insurance Co.)사에
100만불의 보험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