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flets dans un bassin by Henri Manguy
쇼팽의 녹턴 E flat major 높은 창문 위로 빛이 쏟아지고 있다. 당신의 엄숙한 얼굴 역시 둥근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조용한 은빛 달이 이토록 나를 감동시켰던 밤은 없었는데 나는 마음 속으로 노래 중의 노래 녹턴이 더없이 감미롭다는 것을 느꼈다. 당신도 나도 가만히 있다. 침묵 또한 빛 속으로 사라져 갔다. 호수 위 한 쌍의 백조와 머리 위의 별 말고는 살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신은 창문으로 몸을 내밀었다. 당신이 내민 손과 당신의 가는 목덜미를 은빛 달이 곱게 물들였다. 아무리 희미한 소리일지라도, 아무리 짧은 노래일지라도 그 해맑은 가락의 순수함과 조화된 리듬의 친숙한 유희는 그것이 천국의 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 헤르만 헤세의 '게르트루트(Gertrud)' 중에서 - 《es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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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9 05:27
♪♪ 음악이 있는 詩 ♪♪ 녹턴 _ 헤르만 헤세 / 쇼팽의 '녹턴 E Flat Major'
조회 수 1229 추천 수 16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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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m의 "임멘제"를 생각하게 하는 헷세의 시입니다. 쇼팡의 녹턴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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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영혼의 자유와 인간성의 고귀함을 아름다운 글로 풀어내어 큰 감동을 준 그는
우리 젊은 시절 꿈과 낭만의 도반(道伴)으로 잊을 수 없는 이름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헤세가 지금까지도 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음은,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한 대문호인 점도 있지만
그의 작품 속에 살아 생동하는 음악의 향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헤세의 글 속에는 음악적인 선율과 리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니체에게 바그너라면 나에게는 쇼팽입니다. 아니 그 이상입니다.
나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삶의 본질은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선율,
자극적이면서 날카로운 화음, 대단히 친밀한 느낌을 주는 쇼팽의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의 귀족적인 기질, 절제하는 힘,
그 무엇보다 완벽한 우월성이 항상 놀랍습니다."
헤세가 젊은 시절 그의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책방의 점원으로 일하며 독학으로 내면의 성장을 일구어 가던 시절,
헤세는 자기 방에 철학자 니체의 사진과 함께 음악가 쇼팽의 초상화를 걸어 놓았다고 합니다.
편지에도 나타나 있듯이 헤세에게 니체와 쇼팽은 그의 힘든 시절을 지탱해주고 용기를 붇돋아 준
영혼의 동반자였습니다.
향수와 동경 그리고 추억...헤세는 자기의 시를 곡으로 만들어 준 당대의 피아니스트 에드빈 피셔와
쇼팽의 훌륭한 해석자였던 아내 마리아 베르눌리의 피아니즘을 통해 쇼팽의 음악세계에 보더 더 깊이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헤세가 지닌 맑은 영혼과 섬세한 감성이 음악으로 한결 더 다져지고 영롱하게 빛나게 된 것이라 믿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