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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벗 <목포의 눈물>






노래를 무척 좋아한 누님의 영향을 받아 저는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부르는 ‘유행가’를 많이 배웠습니다. 집의 유성기에 아버님이 좋아하신 국악 레코드 외에 가끔은 민요 판도 사오시는 덕분에 그 방면 노래도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누님으로부터 처음 제대로 배운 유행가는 제목은 잊었지만 ‘기차는 떠나간다 부슬비를 헤치며/ 정든 땅 뒤에 두고 떠나는 임이요’라는 가사로 된, 단조로우면서도 구성진 가락의 노래였습니다. 어머님이 싫어하시는 눈치였기에 집에서는 작은 소리로 불렀습니다. 그 다음 배운 것이 고복수의 <타향살이>로 이것은 나중에 유성기로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배운 대중가요 중에서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의 애창곡으로 남아있는 것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며, 가사도 3절까지 거의 정확하게 외우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중학 수험공부 중인 초등학생 때엔 대충 배우고, 정확한 가사는 중학에 진학한 후 외웠습니다.

중학 시절에는 시국을 보는 눈이나 노래의 배경이나 노랫말에 대한 이해가 어릴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나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백년설의 <산 팔자 물 팔자> 등이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 가슴을 많이 흔들었지만, <목포의 눈물>에 대한 선호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1930년대 후반 일제의 중국대륙 침략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조선반도의 식민지 정책도 악랄해져, 심지어 조선의 인기 대중가요도 가사를 일본말로 바꾸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대표적으로 <애수의 소야곡>과 <목포의 눈물>의 일본어판이 나왔는데, 전자는 번역이 그런대로 외을 만했으나 <목포의 눈물> 일본어 가사는 너무 유치해, 저는 외울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목포의 눈물>을 사랑한 제가 광복도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이 노래 가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이 노래를 만든 이가 2절 가사를 둘러싸고 일본 경찰과 피를 말리는 신경전을 겪었다는 비화(秘話) 때문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이 노래 2절은 ‘삼백연 원안풍(三栢淵 願安風)은 노적봉(露積峰) 밑에...’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이렇게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원래 ‘삼백년 원한(三百年怨恨) 품은 노적봉 밑에...’였다는 것입니다.

5ㆍ16 군사혁명과 1963년의 민정 이양을 거쳐, 3선을 노리는 박정희 대통령에 맞서 1971년 7대 대통령선거에 신민당의 소위 ‘40대 기수’ 대표주자로 나선 야당 대통령후보가 김대중 의원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중요한 정치 모임을 가지면 뒤풀이로 가끔 을지로 4가에 있는 중국음식점을 이용했습니다. 이런 모임 여흥에서 김대중 씨의 18번은 <목포의 눈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런 자리에서 저는 당시의 한 야당 인사로부터 <목포의 눈물> 가사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유달산 자락에 세워진 <목포의 눈물 노래비>

10여 년 뒤, 목포 유달산에 있는 이난영 노래비를 찾은 기회가 있었지만, 가사를 확인할 시간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 뒤 이 가사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는데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에 관한 기사를 발견하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뒤져보기도 했습니다. 가요계 원로인 반야월(半夜月) 선생을 만나 일제 때 우리 노랫말에 대한 일본 경찰의 혹독한 검열 정책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결국 여러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목포의 눈물> 노랫말을 지은 문일석(文一石) 씨와 작곡가 손목인(孫牧人) 씨는 ‘삼백년 원한 품은’이란 가사 대목으로 각각 일경에 연행되어 위협적인 취조를 받은 끝에, 그것은 ‘삼백연 원안풍’이 옳다고 구차하게 해명하여 무사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젊은 이난영의 비음(鼻音) 섞인 간드러진 목소리의 <목포의 눈물> 음반 원판을 들어봐도 이 대목은 어느 쪽으로도 들리는 극히 미묘한 대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노적봉은 유달산에 실재하는 바위 봉우리 이름으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볏짚으로 이 바위를 싸 덮게 하여 마치 군량미 창고처럼 보이게 만들어, 멀리 바다에서 이를 본 일본군이 많은 병사가 주위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상륙을 포기했다는 전설을 가진 곳입니다. 그러니 삼백년 원한 품은 ‘임’은 충무공을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삼백연’이나 ‘원안풍’은 작가가 일본 경찰을 속이기 위해 그저 대 준 거짓 이름이란 것입니다.

<목포의 눈물> 이야기를 좇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노래 원본은 당시의 철자법을 사용하여, 예를 들면 2절의 첫 머리는 ‘三栢淵願安風은 露積峰밋해/ 任자최 宛然하다 애달픈 情調...’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또 3절은 ‘깊흔밤 쪼각달은 흘러가는데/ 어짓타 옛傷處가 새로워진다...’로 되어 있네요.

한국문인협회 목포지부가 1969년에 세운 노래비 가사는 순 한글로 띄어쓰기 없이 썼는데 철자법은 원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원문 1절의 ‘三鶴島 파도깁히 숨어드는데...’를 ‘삼학도파도깊이스며드는데...’라 했고 마지막 ‘목포의 설음’은 ‘목포의서름’으로 고쳤습니다. 또 2절의 끝 ‘木浦의 노래’를 ‘목포의 눈물’로 고치고 3절의 ‘어짓타’는 ‘어찌다’로, ‘港口에 맷는절개’는 ‘항구의맺은절개’로 고쳐져 있습니다.

이처럼 사연 많은 <목포의 눈물>은 일제 때 공전(空前)의 인기를 몰았을 뿐 아니라 지금도 가장 많이 불리는 ‘흘러 간 옛노래’ 중 하나입니다. 해외 교포사회는 물론 북한에서도 애창되는 노래로 국내에서는 조용필 주현미 김연자 등 여러 인기가수가 부른 음반도 나왔습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목포 출신으로 보이는 어느 분의 글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전 국민의 가슴 속 우리민족 정한을 풀어내는 이 노래가 어찌 우리 목포만의 노래일 것인가. 모든 예술 장르 속에 스민 목포의 눈물을 전부 찾아내어 더 이상 목포의 눈물이 <목포의 눈물>로 울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글쓴이 /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출처: www.freecolumn.co.kr 자유칼럼그룹,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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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식 2011.06.09 07:50
    1970년대 초 목포에 처음 갔을 때, 유달산에 올라가 보았었지요.
    목포의 눈물 노래비는 아직 없었던듯 하고, 목포 항구를 내려다 본 기억이 납니다.
    목포...라고 하면 피식 웃음이 번지는 한가지..."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가 있었죠??
    지극히 당연하고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주는 핀잔 한마디.."그래~ 목포는 항구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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