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음악살롱 > 음악살롱
 
조회 수 622 추천 수 13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피아노 소나타 23번 Op.57 _ 고현정

      제1악장 - Allegro assai
      베토벤 소나타 <열정>을 연주하고 있었어
      프란츠 폰 브룬스비크 백작에게 내 연주를 헌정하고 싶어졌어
      다섯 살의 내가 두드리는 둔중한 피아노 소리를
      손가락이 짧아 트릴과 옥타브를 다 집지 못해
      자주 울었어
      청중들은 내 손가락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베토벤을 사랑했어
      음량의 폭을 극대화하고 혼돈의 색채감을 더해
      나 말이야, 이젠 내 생에게도 이 곡을 헌정하고 싶어졌어
      오케스트라적 음색을 추구하고
      악장 간 유기적인 주제를 사용한 것이 마음에 들어
      안식과 아픔이 서서히 침대 위로 나를 눕게 했어

      제2악장 - Andante con moto, attacca
      음률의 강물 속에서 수영하는 테레제는 없었어
      탄탄한 턱과 위쪽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
      그의 시선이 강물 속에서 내게로 다가왔어
      지금 내 손가락은 말할 수 없이 길어
      이젠 베토벤을 치지 않아
      변주가 진행되면서 한 옥타브씩 올라갔다가 클라이맥스 이후
      다시 처음의 낮은 음역의 주제로 되돌아오는 것
      나의 생도 올라갔다 내려왔다 했어
      어지럽고 심하게 현기증이 났어
      밤들, 껍질만 벗겨내는 밤들
      열 손가락 끝 지문들이 껍질을 벗으며
      정맥이 돋아난 목을 드러냈어 끝은 아니었어
      지향하는 지점은 미래의 음악이었어. 시였어
      조용히 문을 두드리고 있는 곧 들이닥칠 폭풍을 예고했어

      제3악장 - Allegro ma non troppo, Presto
      허깨비들의 행렬이
      론도 형식으로 흘러갔어
      백 번도 넘게 강물을, 소나타를, 테레제를 끊어내고 끊어냈어
      내가 볼 수 있는 건 차돌 닮은 음표들의 표정 음표들의 행진
      거부하는 힘찬 전주와 폭풍우를 불러일으키는
      생명들의 좌충우돌 그리고 배신 저항 무감각들에의 나의 선망
      질주와 멈춤 사이에서
      짧은 손가락에의 열패감이 떠올랐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끝맺음
      연속적으로 휘몰아치는 내 생의 아르페지오
      음악은 내 시의 얼개를 언제든 폐기할 수 있었어

    Beethoven Piano Sonata No.23 in f minor, Op.57 'Appassionata (열정)'
    Arthur Rubinstein, Piano (Recorded January, 1963)


    1악장 (Allegro assai)


    2악장 (Andante con moto-attacca)


    3악장 (Allegro ma non troppo-Presto)


      "열정의 마음, 탄탄한 턱과 위쪽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
      고뇌와 단련된 불굴의 기백이 그대로 다가오는 것처럼..."
      - 로망 롤랭의 감상평 중에서 -




      《esso》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52 Time and the river / Nat King Cole 김우식 2011.07.20 462
        2451 ♪♪ 음악이 있는 詩 ♪♪ 여름날의 세레나데 1 이태식 2011.07.20 520
        2450 요한 슈트라우스 (Johann Strauss Ⅱ)의 추억 김철웅 2011.07.21 437
        2449 포레 / 침묵의 로망스 (Jean Philippe Collard, Piano) 김정섭 2011.07.22 501
        2448 조용히 듣고 싶은 노래 3 / 조영남 '제 비' 외 이희복 2011.07.22 3514
        2447 Puccini의 Tosca(토스카) 中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조진호 2011.07.23 570
        2446 과거를 묻지 마세요(나애심 1958) - 최진희 김직현 2011.07.23 545
        2445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 전수영 2011.07.24 517
        2444 나훈아 _ 립스틱 짙게 바르고 & 향 수 한구름 2011.07.24 532
        2443 How Deep is Your Love - 임태경 김상각 2011.07.24 644
        2442 추억의 영화음악을 찾아서 <27> «Never On Sunday»의 "Ta Paidia tou Peiraia" (페이라의 아이들) 김혜숙 2011.07.24 578
        2441 나 가거든(명성황후) - 조수미 홍순진 2011.07.26 549
        2440 청실 홍실 - 송민도 & 안다성 4 김영원 2011.07.26 1556
        2439 박정현의 꿈에, 김범수의 보고싶다, 그리고 5곡 안장훈 2011.07.26 2775
        2438 Tchaikovsky - Sleeping Beauty Waltz 이웅진 2011.07.27 943
        2437 금년 특별한 7월을 보내면서.... 허영옥 2011.07.27 1213
        » ♪♪ 음악이 있는 詩 ♪♪ 피아노 소나타 23번 Op.57 _ 고현정 이태식 2011.07.28 622
        2435 그 날 - 김 연 숙 조동암 2011.07.29 541
        2434 고아출신 최성봉 군 Korea's Got Talent 결승 진출 / Cinema Paradiso (Semi-Final) 한구름 2011.07.29 565
        2433 바닷가의 추억 - 키보이스 이태옥 2011.07.30 541
        Board Pagination Prev 1 ...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 244 Next
        /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