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송창식, 그리고 자연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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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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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까 / 언제부터 내가 이 빗속에 서 있었을까” 언제나 길동무 되자던 소녀가 꿈을 찾아 떠나자,님을 그리며 송창식이 노래한 <비와 나>의 가사이다. <비의 나그네>에서는 님이 오시고 가시는 발자국 소리를 밤비 내리는 소리와 일치시켜 나간다. 그렇기에 “내려라 밤비야/내 님 오시게 내려라/주룩 주룩 끝없이 내려라.”라고 기원한다.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같은 노래도 있다. 비를 님과 일치시키며 터져나오는 우수를 줄기차게 노래해 온 그는 단연코 비의 음유가객이다. 그런데 요즘 100년만의 호우, 물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비 노래를 즐기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낀 탓일까? 한 디제이는 폭우사태 속에 비 노래를 트는 걸 이해해 달라는 말도 덧붙인다. 비가 오건 안 오건 송창식의 비 노래는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도 내 감성의 물꼬를 트게 해줬고,소녀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노래는 여전히 내 인생길의 동무이다. 이번 폭우에도 그런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번 폭우사태가 인재인지 아닌지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연을 몸살 나게 하는 개발이 돈벌이에 중독되어 물꼬를 막고, 물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물의 숨통인 바다를 괴롭히며 자연지배적 환상을 경제적 부와 일치시키려는 인간의 오만을. 그러다가 정도를 넘어서면 그동안 침묵하며 견디던 자연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우리에게 무서운 경고를 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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