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비창>전곡 듣기 / 유럽투어 떠나는 서울시향 프리뷰 콘서트를 보고

by 이태식 posted Aug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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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전곡

유럽 투어 떠나는 서울시향의 프리뷰 콘서트(8월 9일, 예술의 전당)를 보고




TCHAIKOVSKY :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etique(비창)"

Seoul Phiharmonic Orchestra, con 정명훈

- 2011.4.1 교향악축제 첫날 공연(Full length, 50분) 실황, 예술의 전당 -


      작년 유럽투어에서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라는 평을 받았던 서울시향이 더욱 탄탄해졌다.
      다음 주의 두번째 유럽투어에 앞서 프리뷰 콘서트가 열린 9일(화) 저녁 예술의 전당은 만석.
      지난 4월 1일 들어 본 차이콥스키의 '비창'이 훌쩍 업그레이드 됨을 확인한 감동의 환호와
      기립박수가 물결쳤다. 전반부의 무소륵스키 곡 '전람회의 그림'과 함께 세계 정상급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명연주였고, 집중력과 자신감으로 다져진 단원들의 여유로움 또한 듬직했다.




유럽 투어를 앞둔 서울시향은 9일 정명훈 예술감독의 향취가 두드러지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 평단 호평 “비창, 템포조절로 특유의 극적효과”

◆ 동아일보 연주평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대장정을 앞두고 ‘정명훈 스타일’로 제대로 차려입었다. 9일 서울시향의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색깔과 향기가 분명한 연주를 펼쳐 보였다. 이날 공연은 19∼27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유럽 4개국 투어를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투어 레퍼토리를 미리 선보이는 무대였다.

정 감독이 선택한 곡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자주 연주하고 손꼽히는 명반도 많은 곡을 골랐다. 그 이유에 대해 정 감독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곧바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서울시향에는 그런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도전이 있으면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일면 성공한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날 연주를 통해 서울시향의 지휘자와 악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향이 완전히 정명훈의 악기가 됐다”(음악평론가 류태형 씨·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지휘자가 직감적으로 요구하는 타이밍, 순간의 몰입을 단원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음악평론가 박제성 씨)

이날 ‘전람회의 그림’에서 서울시향은 전체적인 호흡이 살짝 흐트러지는 등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2부에 연주한 ‘비창’은 강렬한 흡인력으로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당겼다. 이 곡은 인생의 절망, 패배, 공포 등 인간의 감정을 긴장감 있고 섬세하게 그려내 차이콥스키 교향곡의 진수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황장원 씨는 “곡의 흐름을 크게 잡는 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비창과 잘 맞는다”면서 “템포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세련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창에 흐르는 감정을 개성 있게 전달하려다 보면 자칫 얄팍해질 수 있는데 정 감독은 깊이 있게 그려내 유럽 관객들이 신선한 해석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태형 씨는 “비창 1, 4악장은 근래 보기 드문 명연이었다”면서 “검은색이 다 같은 게 아니듯 그 농담(濃淡)을 조절해 곡에 흐르는 강렬함과 비애가 광음 속 숲에 부는 바람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보통 더블베이스는 많아야 8대 정도가 쓰인다. 하지만 이날 정 감독은 10명의 더블베이스 주자를 무대에 세웠다. 박제성 씨는 “정 감독은 멜로디 라인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단단하면서도 육중한 저음역의 존재감이 충분히 드러나게 했다”면서 “비창 1악장 도입부에서 더블베이스의 진음(震音·트레몰로 기법으로 떨리는 듯 들리는 음) 위로 비올라의 서글픈 눈물이 떨어지게 한 것은 국내 악단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표현력”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의 여유도 돋보였다. 미소를 머금은 채 음악과 연주를 즐기고, 지휘자를 따라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런 집중력이라면 유럽 무대도 그리 높은 벽은 아닐 듯싶었다.
- 동아일보, 2011.8.11 /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2010년에 이은 두번째 유럽투어 일정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8월19일 로베크 서머 콘서트 / 8월21일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8월 24일 에든버러 페스티벌 / 8월27일 브레멘 페스티벌
좋은 연주 들려주고 건강히 잘 다녀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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