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따라잡기 - 스크린 공연]
라이브의 감동, 3D영상으로 즐겨라. 입장료 비싼 오페라·뮤지컬
영화관서 저렴하게 관람가능 // 콘서트도 3D 상영 기획 눈길
소득수준 향상과 비례하는 것 중 하나는 문화예술 소비다. 특히 공연예술의 경우가 그렇다. 최근 10년간 공연시장은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그만큼 공연소비층이 확대된 결과다. 10년 전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는 고작 TV 콘텐츠나 영화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연극·뮤지컬·오페라·콘서트·클래식 연주회 등 취향에 따라 다방면의 공연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이 부쩍 증가했다. 그렇다고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뮤지컬은 관람료가 10만 원 안팎이고, 유명 오페라와 클래식 연주회는 수십만 원을 웃돌기 때문에 서민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요즘 공연실황을 카메라로 촬영해 실제 공연 관람료보다 훨씬 저렴한 입장료만 받고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페라에서 시작한 이 같은 문화는 콘서트, 뮤지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공연실황을 싼 가격에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는 2006/2007 시즌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신임 총감독으로 부임한 피터 겔브가 처음 제안했다. 당시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오페라 극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페라의 대중성 확보 차원에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하나는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2006/2007 시즌 개막작인 <나비부인>을 맨해튼 타임스퀘어와 링컨센터 플라자에서 생중계로 방영하는 것이었다. 타임스퀘어 생중계를 위해 공연 당일 저녁에 맨해튼 42번가부터 45번가 사이의 교통이 통제됐으며 대형 스크린과 음향시설, 650개의 좌석과 입석 관람대가 설치됐다. 관람료는 무료였다. 또 링컨센터 플라자에는 스타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및 영화배우 숀 코너리·멕 라이언·골디 혼 등이 초청돼 레드카펫 행사를 가진 뒤 오페라 영상중계 관람에 동참했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제안이 바로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지의 영화관 100여 곳에서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동 시즌 공연실황 6편을 영상으로 제작한 필름을 상영하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을 실행에 옮겨 당시 이들 나라에서는 오페라 공연을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국 영화관에 현장 생중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공연을 스크린을 통해 처음 선보인 것은 2007년 2월이다. 공연장 호암아트홀이 <마술피리> <청교도> <진시황제> <예프게니 오네긴> <세비야의 이발사>를 상영한 데 이어 영화관 메가박스와 CGV도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시리즈를 상영했다. 현재 공연 전막을 상영하는 곳은 호암아트홀과 CGV압구정으로, 2010/2011 시즌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시즌 마지막 작품인 바그너의 <발퀴레>를 호암아트홀에서는 11월 5~6일, CGV압구정은 11월 2일과 5~6일 상영한다. 관람료는 모두 2만 5000원이다.
오페라에 이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 장르는 콘서트다. SK텔레콤은 10월 20일부터 세계 정상의 록밴드 U2의 월드투어 콘서트 실황을 CGV에서 선보인다. 단 한 번도 내한한 적이 없어 록 마니아들의 갈증을 불러일으킨 U2가 2005~2006년 멕시코·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4개국에서 연 투어공연을 3D로 제작해 하이라이트만 모은 영상이다. 그동안 국내 가수 중에서도 서태지·지드래곤 등이 공연실황을 카메라에 담아 영화관에서 상영한 바 있다. 3D로 제작한 U2 공연실황 관람료는 2만 원이다.
이 같은 흐름에 뮤지컬도 가세했다. 11월 중순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가 전국 주요 3D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국내에서도 공연된 <십계> 등을 제작한 알베르 코엔과 도브 아티의 최신 대작을 3D로 촬영한 작품이다. 영화 <라비앙 로즈>의 메가폰을 잡은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첫 뮤지컬 연출작이기도 하다. 모차르트와 알로이지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긴박감 넘치는 음악대결을 그린 이 작품에는 클래식을 팝과 록 등 다양한 장르로 재편곡한 다양한 뮤지컬 넘버가 등장한다. 실제 공연은 2009년 9월 프랑스에서 초연됐으며 올 상반기 막을 내렸다. 관람료는 2만 원이다.
이처럼 공연예술을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것은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공연을 스크린을 통해서나마 볼 수 있고, 관람에 드는 비용도 훨씬 저렴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CGV 관계자는 “영화관의 스크린으로 즐기는 공연예술은 현재 세계 공연계의 화두이며 대세다. 세계적 수준의 공연을 원하는 오페라 팬들과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망설이던 관객에게 공연 입장료의 10분의 1 가격에 최고의 화질과 음향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관용 최신 메트로폴리탄오페라 공연을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박주연 경향신문 기자 / 출처 : 포스코신문 890호(2011.10.20)
2010년 4월 서울에서 개봉된 메트 오페라 'Carmen'의 한 장면 카르멘 역 Elina Garanča, 호세 역 Roberto Alagna의 열연이 좋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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