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피아노 만을 위해 살다가 피아노를 위해 죽어간 쇼팽은 39년이란 짧은 생애를 통해 주옥 같은 명편들을 남기고 갔다. 쇼팽은 39년의 생애를 사는 동안 전반부 20년은 어머니의 나라 폴란드에서, 후반부는 아버지의 나라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어디에서나 피아노 음악에 대한 열정은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가 조국 폴란드를 영원히 떠난것은 12830년 11월이었다. 떠나기 직전인 10월 11일의 고별연주회에서 쇼팽은 두번째 피아노 협주곡 E단조를 자신의 연주로 초연했다. 그리고 그해 3월에는 첫번째 피아노 협주곡 F단조를 역시 자신의 피아노독주로 연주한 바 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제2번으로 알려져 있는 F단조 협주곡은 제1번보다 먼저 작곡된 셈이다. 즉 제2번이 1829년(19세)에 작곡되고, 제1번이 1830년(20세)에 작곡됐지만, 쇼팽 자신이 나중에 쓴 협주곡을 더 좋아해서 먼저 출판했기 때문에 오늘날 그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이 F단조 협주곡을 작곡할 무렵 쇼팽은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라는 미모의 음악도와 열애중이었다. 쇼팽은 글라드코프스카를 자신이 그리는 '이상의 여인'으로 알고 있었으며, 그만큼 순수한 열정을 다 바쳐서 이 여인을 사랑한 것이다. 쇼팽이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은 그러한 연애기에 작곡된 탓으로, 선율 하나 하나가 지극히 감미롭고 청순한 윤기에 넘쳐 흐르고 있다.
지난 11월 17일(목) 키신의 세번째 내한공연은 쇼팽의 피협 2번이었다. 보다 원숙해진 그의 풍모와 음악을 상기하며 정명훈 지휘의 협연 전곡을 다시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