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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망세의 첼로 _ 강희안
나탈리 망세, 그녀는 다리를 벌리고 그 가랑이 사이에 첼로를 세워 품에 안고 연주했다. 알몸의 창녀가 무릎 꿇은 예수를 품에 안자, 당신의 손은 어디를 질척거렸던가. 고질적인 몸과 예수, 성경과 외설의 지퍼를 번갈아 더듬어 내리는 첼로는 권세였다. 보수적 낭설을 표방하는 클래식 성기였다. 그녀는 급기야 첼로의 나뭇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무의 싱싱한 무늬결을 따라 들어간 그녀가 옹이로 박혔다. 성근 이파리들과 비릿한 정액 냄새가 묻은 나뭇잎을 털다가 음악의 메아리가 번져 나오던 저녁, 나탈리 망세의 질 속으로 높은 잠자리 한 마리 날아가는 신문이 던져졌다. 인터넷 소식에 귀 기울이던 그는 조만간 진보의 음계를 눈으로 읽게 될 것이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처럼 권세의 모랄은 다양하다. 그녀는 목사가 조직적으로 깎아놓은 최면의 입성을 벗어 던졌다. 그녀는 첼로와 함께 오르가즘의 활을 당기며 세상을 쏟아 놓았다. 무서울 정도로 어떤 목수는 잔인한 음부의 권능을 즐긴다. 나탈리 망세, 그녀는 흩어진 말씀의 파편들을 긁어모아 첼로와 함께 그녀의 자궁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곧 신은, 엄중한 당신의 메시지조차 봉인으로 거두리라
- 시집『나탈리 망세의 첼로』(천년의시작, 2008)
** 강희안(姜熙安, 1965~ 전북 익산) 배재대 국문학과 졸업 및 한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0년《문학사상》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현재 배재대 출강. 저서로는 시집으로『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그밖에『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문학의 논리와 실제』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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