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클래식에도 <19禁> 있었네 ![]() - 오드리 비어즐리가 그린 '살로메' 삽화 - 너무 야해서…너무 충격적이라서… 오페라 "살로메" 퇴폐적 나체춤으로 시끌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애인 스와핑 다뤄 적나라한 인간사 통해 역설적 위안 느껴 Richard Straus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베일의 춤' '클래식 음악'은 대개 지적인 깊이가 있으며 당대 도덕률에도 충실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클래식은 지역, 세대 등과는 상관없이 모든 이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음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에도 몇 가지 예외는 있다.
20세기 초의 일이다. 당시 독일의 황제 빌헬름2세는 젊고 야심만만한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 ~1949)에게 '성서를 소재로 한 오페라' 한 편을 만들어보도록 권유한다. 슈트라우스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 한 편의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록 성서에서 소재를 차용하긴 했으나 전혀 종교적이지 않은 내용이었다. 아니 어떤 것보다도 선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충격적인 오페라였다. 바로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문제적 희곡을 원작으로 한 "살로메(Salome)"다. 살로메는 헤롯왕의 의붓딸이다. 그녀는 헤롯의 애욕에 찬 시선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잡혀온 예언자 세례 요한에게 관심을 갖는다. 헤롯이 살로메를 유혹하자 그녀는 요염한 춤을 추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들어달라고 요구한다. 나체로 춤을 춘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목을 원하고 참수된 요한의 목에 입을 맞춘다. 퇴폐적인 탐미주의로 일관된 이 오페라는 초연되자마자 엄청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리에서는 점잖은 신사들이 선정적인 내용에 항의하며 공연 중간에 퇴장해버렸고, 이탈리아에서는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가 오페라 중간에 등장하는 나체 춤 장면을 연기할 수 없다며 공연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아름다운 걸작'이라는 의견과 '저속하고 자극적인 음란물'이라는 의견으로 양분되었고, 음악철학자들은 이 작품을 놓고 '음악이 사회적 해악이 될 수도 있는가?' 라는 미학적인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살로메 이전에도 자극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된 음악은 있었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즉 "여자는 다 그래"가 유명하다. ![]() 오페라 "코지 판 투테" 공연사진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 작곡 오페라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 중 3중창 로렌초 다 폰테의 기발한 대본과 모차르트의 우아한 음악으로 유명한 "코지 판 투테"는 남녀 간의 정절 시험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음악은 아름답지만 '애인 스와핑' 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덕분에 초연 때부터 수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그중에서도 완고한 도덕성을 지닌 베토벤의 분노는 유명하다. 그는 모차르트를 무척 존경했지만 이 오페라만은 인정하지 않았다. '저속한 작품' 이라는 베토벤 평가 때문에 "코지 판 투테"는 그후 100년이 넘도록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 오페라가 복권된 것은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의 일이다. 그러나 이런 베토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륜음악`의 대명사가 된 작품을 썼다. 바로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크로이체르 소나타"다. 사실 이 음악은 에로틱하다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몹시도 엄격하고 투쟁적이며 치열하다. Ludwig van Beethoven Violin Sonata No.9 in A major, Op.47 "Kreutzer" 베토벤 작곡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체르" 대개 바이올린 소나타는 바이올린이 음악을 주도하고 피아노가 보조를 맞추는 형태지만 이 "크로이체르"는 그렇지 않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투쟁적으로 얽힌다. 두 악기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하게 음표를 주고받는 것이 마치 영혼이 뒤얽힌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톨스토이는 "크로이체르 소나타"라는 소설을 통해 어느 가정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불륜의 계기로 이 음악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크 시대로부터 고전주의를 거쳐 낭만주의로 발전하면서 클래식 음악이 담아내는 인간사의 모습은 나날이 확대되어 갔다. 처음에는 정돈된 기쁨과 슬픔을 담백하게 담아내던 것이 점차 통제되지 않은 인간의 감정, 절망과 공포, 슬픔과 좌절까지 표현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히려 음악의 이런 적나라함에 역설적인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음악이 대신 고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훌륭한 음악은 '영혼을 위한 최고의 술'이라고 불린다. [황지원 음악칼럼니스트] / mk.co.kr, 2011.7.21 《es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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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00:45
고고한 클래식에도 <19禁>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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