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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노래 (정호승 시, 이동원 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이별 노래(정호승 시) _ 이동원 노래


     


    [詩와 노래 감상 TIP]
    이 봄의 분위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시이고, 이동원의 노랫가락을 입안에서 옹알거리며 읽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시는 해설도 필요치 않고 단상을 갖다 붙이는 것조차 거슬릴 수 있다. 시와 노래 속으로 그냥 빨려들면 그만이다.

    소월의 시편 등에서 보이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이지만 아쉬움 정도로 그칠 이별이 아니다. 떠나는 ‘그대’를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노을을 바탕으로 절절하게 그려져 있다. ‘그대 조금만 늦게 떠나준다면’이라는 안타까운 대목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아리고 울컥 물기가 배어나온다.

    이별노래는 수미상관의 거대 리듬을 유연하게 타고 있을 뿐 아니라 시 전체의 어조가 전통 3음보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음악성이 탁월해 노랫말로 채택되기에 딱 좋은 시이다.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와 같은 이별의 대처 방식은 소월의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보다 더 희생적이고 비극적이며 감정이 절제되어 그윽하기 까지 하다.

    이 시와 노래를 가만 듣자면 그 어떤 잔인한 이가 이렇게 간절한 사랑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떠나갈 수 있을까 싶다. 한편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라는 자세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를 연상케 한다.

    이별의 유예는 물론 이별의 안타까움과 거부이겠지만, 진술의 분위기로는 그대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함처럼 보인다. 부재의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다분히 역설적이다. 두고두고 후회하면서 이별의 아픔을 통째로 감당하는 것은 참으로 버겁고 무모한 일이다. 무거운 가슴만 끌어안고 있을 게 아니라 화해하고 용서하며 또 용서를 빌어야 하리라. 그래서 내안의 나를 일깨워 담대한 마음으로 과녁을 정조준하여 꿈속에서만 ‘그대’를 껴안고 죄를 지을 게 아니라 분홍의 가슴을 기어이 보여줘야 하리라.
    - 권순진(시인)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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