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빛 폴 베를렌 당신의 영혼은 선택된 풍경 그 위에 가면들과 베르가마스크가 매력적으로 보이네 류트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마치 환상적인 분장 아래 슬픈 듯이 단조에 맞추어 노래하면서 사로잡은 사랑과 편안한 삶을 그들은 행복을 믿는 기색이 없다오 다만 그들의 노래만이 달빛 속에 흐르네 슬프고도 아름다운 조용한 달빛아래 새들은 나무 위에서 꿈을 꾸며 분수는 황홀경에 흐느끼네 대리석 사이의 멋진 큰 분수가 ◇ 폴 베를렌 (Paul Valaine, 1844~1896, 프랑스의 시인) 시는 음악적 율동적이어야 하며 상징적 표현을 주창한 <상징파>의 대표적 시인. 1873년 랭보를 총격, 감옥생활을 하며 쓴 유명한 시 <말없는 연가> 이후 <예지> <지난날과 지금>, 서정시 <가을의 노래> <마음에 비가 내리네> 등으로 잘 알려짐. Claude Debussy, Clair de lune (드뷔시의 '달빛') 드뷔시의 'Clair de lune'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月光曲으로 꼽힌다. 서정성 넘치는 몽환적인 이 곡은 드뷔시의 초기 피아노곡집《베르가마스크 모음곡》중 제3곡으로 달빛의 오묘한 숨결이 가슴 속 가득 젖어든다. 드뷔시가 영감을 얻었다는 베를렌의 시 '달빛'은 포레의 가곡 '달빛'의 노랫말로 쓰이기도 했는데, 어느 평론가는 이 두 곡을 비교하여 "포레는 그리스적인 건축이고, 드뷔시는 숲과 자연" 이라 평했다고 한다. 밤바람에 살랑대는 나뭇잎 사이 은은하게 창가에 깃드는 달빛, 고요한 밤하늘과 비단자락 바다 위에 드리운 천상의 시선 황홀한 달빛이 꿈결처럼 스미는 아름다운 명곡이다. 2012년은 드뷔시의 탄생 150주년(1862~1918), 20세기 음악의 기초를 다졌다는 그를 기린다.
자리의 행운을 최근에 누려 보았다. 지난 3월 27일(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백혜선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앵콜곡 4곡 중 첫번째로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하기 전에 베를렌의 시 '달빛'을 피아니스트가 손수 낭송해 준 것이다. 리사이틀에서 연주자가 시를 읊어주는 보기힘든 광경에 관객들은 우레같은 박수와 환호로 반겼다. 아름다운 시와 음악...감동에 겨운 멋진 봄 밤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부드러운 미소 속에 온축된 섬세한 감각과 세련된 열정을 유감없이 표출, 해설을 곁들인 쇼팽의 24개 전주곡(전곡)을 비롯한 전 레퍼토리를 한치의 빈틈없이 완벽히 소화해냈다. ![]() 백혜선 피아니스트 (3월 27일 예술의 전당) 《ess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