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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Day _ G. Harvey, 2001



Brahms  Regenlied,  song for voice & piano Op. 59:3
브람스 가곡 "비의 노래"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Jörg Demus,  piano






한 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소나기가 내리는 밤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를 듣는다. 지난 5월 작고한 독일 리트의 1인자 피셔-디스카우의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와 어울려 촉촉하게 가슴에 젖어든다.

이 노래는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Klaus Groth, 1819-1899)의 아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브람스는 이 곡의 선율을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에 젹용했다.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물방울이 모래에 거품을 일으킬 때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린다.

      찌는듯한 여름 무더위가
      이따금 신선한 냉기와
      이슬에 흠뻑 젖은 잎사귀
      그리고 진한 푸른 색으로 물든
      들판에 맞서 발버둥칠 때,

      이 호우 속에
      잔디밭을 맨발로 밟고 서 있을 때,
      이 거품들에 손을 대어볼 때,

      혹은 차가운 물방울들을 맞기 위해
      뺨을 내밀 때,
      그리고 그 싱그러운 공기를 가스에 품을 때의
      환희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 들어가는 꽃봉오리처럼
      영혼은 가슴을 활짝 열고 숨쉰다. 향기에 취한 꽃처럼,
      천국의 이슬에 흠뻑 젖는다.

      심장부를 흔들며
      증발해버리는 빗방울 하나하나,
      은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안에
      파고드는 우주만물의 신성함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빗방울이 바깥을 두드릴 때마다
      우리가 문간에서 부르던
      옛 노래들을 떠올린다.

      나는 이 달콤하고 촉촉한 빗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성스럽고 순수한 경외감에
      부드럽게 젖는 내 영혼

      [ 클라우스 그로트 "비의 노래" ]


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major, Op. 78  "Regenlied"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비의 노래"

Kyung-Wha Chung,  violin
Itamar Golan ,  piano


- 1997년 3월에 가진 세계무대 데뷔 30주년 기념 리사이틀에서 -


1877년에 작곡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에 "비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게 된 것은, 위에 소개한 가곡 "비의 노래" 선율이 소나타 3악장에 채용되었기 때문이다. 1879년 오스트리아 페르차흐에서 휴양중이던 브람스는 오랜 친구인 테오도르 빌로트(외과의사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 악보를 보내면서 이렇게 적었다. "한 번 연주해 보게나. 온화하고 가벼운 비오는 저녁의 약간 달콤쌉쌀한 분위기가 날 것이야." ㅡ 친구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들으면 더욱 근사한 독특한 분위기로군..."

브람스가 평생 사랑을 바쳤던 클라라 슈만도 브람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찬탄해 마지 않았다. "당신의 소나타가 저를 얼마나 흥분시켰는지 몰라요. 3악장에서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선율이 흘러나왔을 때 제가 얼마나 황홀했었는지 당신은 충분히 짐작하시겠죠. 저는 이 곡을 ‘저의’ 음악이라 부르고 싶어요. 그 누구도 이 곡에서 저처럼 황홀하고 슬픈 느낌을 받을 수 없으리라 믿기 때문이죠.”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비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브람스 특유의 애수와 서정성에다 깊은 명상적 느낌은 곡의 아름다움을 더욱 짙게 해준다. 흩날리는 빗줄기처럼 자유롭게 전개되는 다양한 리듬감이 영롱하다. 비오는 날 창밖의 소리와 함께 하루종일 들어도 실증나지 않는 매혹적인 음악이다.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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