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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Symhphony No.9 op.125 'Choral'
(베토벤 합창교향곡 - 제4악장)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er Philharmoniker (1977)



연말이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Choral)'을 반드시 들을 수 있다. 2012년 12월에도 서울시향(12월 28일)과 KBS교향악단(12월 14일)을 비롯, 여러 교향악단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연말이면 왜 '합창'인가? 연초에 더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다시 해보면서, 28일의 서울시향 연주를 들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천여 관객들은 90여명시향단원과 4인의 성악가, 120여명 합창단이 상하단을 가득 자리한 무대에서 정명훈의 열정적인 지휘로 전개되는 변화무쌍한 하모니에 숨죽여 빠져 들었다. 마지막 4악장 폭풍처럼 울려퍼지는 '합창'에서 가슴이 뻥 뚤리는 절정과 일탈감을 느끼며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호했다. 고단했던 한 해, 질시와 반목, 갈등과 회한을 모두 떨쳐버리고 사랑과 화합의 한마음으로 새날을 맞으라는 장업한 서사시에 새삼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말에만 들을 게 아니라 연초에도, 그리고 연중 아무 때, 힘들고 어려울 때에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향의 이날 공연은 권위있는 클래식 레이블인 독일 그라모폰에서 녹음하여 2013년 말에 발매된다는 예고가 있었다. 합창의 대사를 무대 뒤편 스크린에 비춰주곤 했는데, 프로젝터의 소음이 녹음에 방해된다고 하여 대사의 스크린 영사는 생략되었다. 시향의 '합창'이 세계 음반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한데, 여기서는 카라얀이 베르린필을 지휘한 유명한 영상을 다시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아래 소개하는 민은기 교수의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합창'의 노랫말이 된 쉴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 German Poet)의 시 ''환희의 송가''도 찬찬히 음미해 보자!!.


2012년 12월 28일 서울시향의 예술의전당 공연 광경

 

                 문화비평     12월, 환희의 송가 _ 민은기 서울대교수, 음악학

해마다 12월 연말이 되면 1년 내내 공연장 근처에 한번 가지 않던 사람들도 여기저기 송년음악회 정보를 뒤적이게 된다. 한 해를 아무런 이벤트 없이 그대로 보내기에는 뭔가 아쉬워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송년음악회의 간판은 올해도 어김없이 헨델의 ‘메시아’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차지했다. 국내 음악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교향악단들도 한 해의 끝을 대부분 이 두 곡 중 한 곡으로 마무리한다. 두 작품 모두 인생의 근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메시아’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해 인류의 구원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고, ‘환희의 송가’를 소재로 한 ‘합창’ 교향곡은 인류의 평화와 사랑을 외친다. ‘메시아’는 작곡된 지 거의 300년이 지났고, ‘합창’은 200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작품들을 들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대중가요의 인기가 1주일을 채 못가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중가수가 클래식 음악계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인기를 얻는 데까지 거꾸로 수 백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가스실로 가는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불렸는데, 유대인들은 여기로 줄지어 들어가면서 공포를 이기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들이 부르던 노래가 바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이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이여, 우리는 그대의 성소로 들어가리. 그대의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그런데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독일 장병들은 유대인들을 죽이기 위한 기계들을 정비하면서 바로 그 ‘환희의 송가’ 선율에 맞추어 휘파람을 불었다. 죽음 앞에 몰린 유대인들이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서 자신들을 ‘영원한 성소로 안내할 환희의 빛’을 노래했다면,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라는 가사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인류가 하나 되는 그 세상을 반드시 독일인이 이룩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합창’ 교향곡은 곡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감동 드라마다. 음악이 시작하기 전에는 철저한 침묵이며, 한 점의 빛도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 암흑이다. 그러나 음악이 시작되면 이 혼돈의 세상에 하나씩 둘씩 빛줄기가 나타난다. 처음엔 미약하지만 이내 빛 조각들이 모아져 합쳐지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든다. 벅찬 감동 속에서 웅장한 클라이맥스가 나타나고 환희에 가득한 신의 빛을 외치면서 곡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그는 청각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귓병도 심각했지만, 기관지와 장 때문에도 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건강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는 조카의 양육권을 두고 제수와 법정 투쟁을 하고 있었고, 빈 음악계에서는 그의 음악이 지나치게 심각하다고 해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생존자체가 고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베토벤이야말로 암흑과 혼돈 속에서 음악을 통해 신의 빛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토록 강렬한 환희와 승리의 외침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독한 고통 속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이 깨닫는 삶의 역설이다.

‘합창’에서 느끼는 위로와 감동을 이런저런 말로 설명하려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번만 들어보면 느낄 것을. 백문이불여일청(聽)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 모두가 여러 가지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 쓰러지고 절망했을 것이다. 늘 좋은 일만 있는 인생이란 어차피 없는 것이니까. 누구보다 커다란 삶의 고통을 겪었던 베토벤이 이렇게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삶의 환희는 고통이 지난 후에야 나타난다고. 어둠을 뚫고 지나 온 빛이 더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자. - 경향신문 2012.11.30



Ode "An die Freude"
by Friedrich Schiller(1759-1805)

O Freunde, nicht diese Toene!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en,   좀 더 기쁨에 찬 노래를

und freudenvollere   부르지 않겠는가!


Freude, schoener Goetterfunken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Tochter aus Elysium낙원의 딸들이여,
Wir betreten feuertrunken,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Himmlische, dein Heilitum!   빛이 가득한 성소로 돌아가자.

Deine Zauber binden wieder,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Was die Mode streng geteilt;   신비로운 그대의 힘이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Alle Menscen werden Brueder,   그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Wo dein saufter Fuegel weilt,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Wem der grosse Wurf gelungen,   벗의 벗이 되는
Eines Freundes Freund zu sein,   크나큰 성공을 거둔 자여,
Wer ein boldes Weib errungen,   진정한 사랑을 얻은 자여,
Mische seinen Jubel ein!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Ja, wer auch nur eine Seele   그렇다,  비록 하나의 마음이라도
Sein nennt auf dem Erdenrund!    땅 위에 그를 가진 사람은 모두 다!
Und wer's nie gekonnt, der steble    그리고 그조차 가지지 못한 자는
Weinend sich aus diesem Bund.   눈물 흘리며 조용히 떠나 가도록!

Freude trinken alle Wesen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An den Bruesten der Natur;    자연의 가슴에서 환희를 마치고
Alle Guten, alle Boesen    모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Folgen ihrer Rosenspur,   장미핀 오솔길을 걷는다.
Kuesse gab sie uns und Reben,   환희는 우리들의 입맞춤과 포도주
Einen Freund, geprueft im Tod;   
죽음조차 빼앗을 수 없는 친구를 준다.
Wollust ward dem Wurm gegeben,   벌레마저 기쁨을 선물 받고,
Und der Cherub steht vor Gott!   천사 케루브는 신 앞에 선다.

Frob, wie seine Sonner fliegen   환희여, 태양들이 하늘의
Dureb des Himmels praechtgen Plan,    영광스런 궤도를 따라 가로지르듯

Laufet, Brueder eure Bahn,   달려라,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Freudig, wie ein Held zum Siegen,   영웅이 환희에 차 승리로 달려가듯
 
Seid umsclungen, Millionen!   모든 이여, 서로 포옹하라.
Diesen Kuss der ganzen Welt!    전세계의 입맞춤을!
Brueder! Ueber'm Sternenzelt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Muss ein lieber Vater wornen.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계신다.
Ihr stuerzt nieder, Millionen?    억만의 사람들이여, 엎드려 빌겠는가?
Abnest du den Schoepfer, Welt?    세계여, 조물주를 알겠는가?
Such' ihn ueber'm Sternenzelt!    별들이 총총한  하늘에서 주님을 찾으라!
Ueber Sternen muss er ihronen.    별들 너머 주님은 계신다.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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