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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신이 내려주신 가장 아름다운 꽃


지휘를 하면서 내 어깨 너머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작곡가의 존재를 느낄 때가 있다. '그가 나의 해석에 흔쾌히 동의할까?' 이렇게 반문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지휘봉을 들 때마다 프레이즈 하나, 음표 하나에 깃든 의미를 깊이 헤아리고 존중하며 작곡자의 의도를 온전히 실현시켜야 한다는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내가 오케스트라로부터 이끌어내려 하는 음악은 간단히 말해서 '작곡가가 살아 돌아온다면 좋은 해석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좀 더 진하고 풍부한 브람스를, 좀 더 명쾌하고 가파른 스트라빈스키를 나는 추구한다.

조지 셀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로부터 자아내던 정밀한 소리, 유진 올만디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일구어낸 비옥한 음향, 레너드 번스타인의 자유분방한 표정을 나는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작곡가의 존재를 강하게 느껴 갈수록 상대적으로 유명 지휘자의 해석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다른 지휘자의 해석과 나의 해석을 견주기보다는 악보의 핵심으로 묵묵히 파고드는 나만의 고유한 발굴작업에 좀 더 탐닉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음악 속에 작곡가가 심어놓은 만인 공통의 언어를 찾아내어 내 지휘봉을 통해 연주자들과 청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내 음악적 탐구의 해석은 언제나 그것이다. "마디에 연연하지 말고 프레이즈를 봐라. 마디는 음악을 담는 상자에 불과하다. (Forget about bars. Look at the phrases, please. Remember that bars are only the boxes in which the music is packed.)" - 영국이 낳은 지휘의 거장 토머스 비첨이 단원들을 향해 말했던 이 명언은 지휘자인 내게도 언제나 유효하다.

내 음악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나만의 색깔이 무르익게 되었을 때, 나는 궁극적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대작곡가들의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위한 곡들로 설정해 두었다. 모차르트, 브람스, 베르디, 힌데미트 등의 웅장한 진혼 미사곡 <레퀴엠>,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합창>,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 말러의 교향곡, 주요 오페라 등 차례로 레퍼토리를 쌓아나가 언젠가 시리즈로 녹음을 남기고 싶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진 음악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음악적 건축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사람의 목소리를 그 어떤 악기보다도 사랑하고, 그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에, 인성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엮어나가는 음악적 작업에서 더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음악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꽃이다. 공해에 찌들려도 상하지 않고, 핵전쟁에서도 살아 남으며, 21세기의 테러와 폭력에서도 살아남을, 인류가 공동으로 가꾸고 나가야 할 꽃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청주, 광주, 대구, 그 어디를 가든지 그 지역의 오케스트라가 그 도시의 꽃으로서 우리에게 최상의 기쁨을 주는 존재로 자리잡아 갈, 그러한 날을 추구한다.


- 글쓴이 함신익

   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 저서《다락방의 베토벤, 김영사, 2003》중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중 '환희의 송가' / 함신익 지휘
Yale Glee Club with Yale Philharmonia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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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식 2013.05.29 12:53
    국내 가장 오랜 연륜의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은 2012년 한해를 거의 공연도 못한채 무척 시끄러웠지요.
    상임지휘자 함신익이 실력이 없다, 학력과 경력이 엉터리다, 청와대 낙하산 인사다...등등 온갖 소리가 나오면서
    악단의 노조가 연습도 거부하고 지휘자 축출에 나서는 등 출렁대다가 결국 함신익은 쫓겨나듯 물러나고 말았지요.
    미국의 예일대 음악대학 지휘학과 교수로 있는 그를 2001년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음악감독으로 스카웃했고
    다시 KBS가 2010년에 상임지휘자로 모셔왔지만 한국의 퇴영적 풍토와 미국적 합리주의가 융합되지 못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함신익이 대전시향에 있던 2003년에 펴낸 책《다락방의 베토벤》을 빌려서 보았는데
    그의 진짜 실력이나 이력은 잘 모르겠지만 어렵게 고학하면서 이룩한 성공스토리가 적잖이 감명을 주었고
    특히 예일대 오케스트라를 힘들여 만들고 이끌어온 열정과 그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5월 2일자 음악살롱에《흰머리 연주회, 청바지 연주회》라는 그의 글을 처음 올린바 있습니다.
    아래는 그의 이력사항입니다.

    ◇함신익 (咸信益, 1958~서울 생)
    경신고와 건국대 사대 음악교육과 졸업후 1982년에 미국 유학, 라이스대 석사와 로체스터대 이스트만 음대에서
    지휘과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폴란드의 피텔베르크 국제지휘자콩쿠르 은상 수상,
    1992년 밀브룩관현악단 상임지휘자와 퍼시픽대 지휘교수,
    1995년 한국인 최초로 예일대 음악대학 지휘학과 교수 부임.
    대전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2001~2006),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2010 ~2012) 역임
    1995년 화관문화훈장 수훈.
    저서《다락방의 베토벤, 2003》과《예일대 명물교수 함토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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