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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사랑 노래 <5월이 오면>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 1994)' 중의 베토벤과 그의 연인



악성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은 음악인의 신분으로 귀족 가문의 여성들을 연모하였다. 그가 만났던 여성들은 그의 애호가이자 후원자였으며 지고지순한 덕성을 지닌 교양인이었다. 그러나 그 여인들의 가문은 떠돌이 樂人과의 연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자유인을 자처하면서 궁정사회에서 거만하게 처신하던 그의 행실이 당시 상류층에게 탐탁하게 보여지지 않았을 뿐더러, 귀머거리라는 天刑(천형)을 앓고 있던 그에게 딸을 내어 줄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사랑했던 여인들 또한 그에게서 멀어져 갔다. 결국 '베토벤'은 연인에 대한 진정성을 상실당한 채 독신의 몸으로 세상을 마쳤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생애동안 '베토벤'을 연모하였던 여인이 있었다. 바로 '테레제 폰 브륀스빅(Therse von Brunswick:1771-1861)'이었다. 헝가리 귀족출신이었던 그녀는 1794년 음악레슨을 받기 위해 '베토벤'과 만났다. 사제와의 관계는 이윽고 연인으로 발전하여 1806년 5월에 약혼식을 거행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신분과 성향이 맞지 않은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었다. 1810년 이후 두 사람은 헤어져 더 이상 만나지 않았고, 5년 남짓한 연애기간 동안 남은 것은 '베토벤'이 쓴 여러 장의 편지와 그녀에게 헌정한 몇 곡의 악곡들 뿐이었다. 그러나 짧은 순간만이나마 지고한 사랑을 나누었던 그들이었기에 서로의 애정과 그 존재를 결코 잊을 수는 없었다. '테레제'는 1861년 생을 다할 때까지 홀로 살며 '베토벤'을 그리워 하였고, '베토벤' 또한 그러하였다. '베토벤'이 여러 편지에서 언급한 <불멸의 연인:Unsterbliche Geliebte>이 바로 이 여성이 아니었나 하는 가정이 여러 학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베토벤'이 '테레제'를 위해 헌정한 대표적인 곡이 <피아노 소나타 24번 올림사단조, 작품 78>이며, 피아노 소품인 바가텔(Bagatelle) 제25번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 또한 연인 '테레제'를 위해 작곡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베토벤' 자신의 간절한 애정의 상념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곡은 바로 연가곡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An die ferne Geliebte> 작품 98이다.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An die ferne Geliebte) 1~6곡 / 제5곡이 <5월이 오면>
바리톤 Dietrich Fischer-Dieskau / 피아노 반주 Jörg Demus


작곡가 '베토벤'은 그녀와 헤어진 훨씬 후인 1816년에 이 곡을 작곡하였다. 당시 그는 이러한 말을 하였다.
"그녀를 생각하면 나의 심장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뛴다."
또한 당시 수첩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이 눈부신 자연을 보고 나의 마음은 부푼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 곁에 없다!"

'베토벤'의 가곡 <오월이 오면>은 연가곡집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 작품98>에 다섯 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이 연가곡의 작사는 젊은 시인이자 의학도였던 '화이텔레스(A. I. Feitteles:1794-1858)'가 하였는데, 당시 브륀(Bruein)지방에 유행했던 콜레라를 헌신적으로 치료했던 그의 인도주의에 감명받아 '베토벤'이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그 답례로 감수성 넘치는 이 시를 선물받게 된 것이다.

'베토벤'이 이 시를 연가곡으로 꾸밀 당시, 그의 신변에는 조카의 양육 문제로 인한 갈등을 비롯해 청력 또한 점차 상실되어 가는 등 여러 어려움과 번민이 있었으며, '테레제'와의 인연 또한 아직 그의 상념을 떠돌고 있었다.

이 연가곡은 단순히 여섯 곡의 모음체가 아닌, 연속된 줄거리와 일관된 주제를 가진 총체적인 작품으로, 그런 면에서 종전의 모음곡 형식의 연가곡과는 차별된다. '베토벤'은 이 여섯 곡의 연가곡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동시에 각각 대칭적 형태를 취하여 성격적 통일성을 기하고 있다. 그의 이 작품은 고전시대의 연가곡으로 유일하게 연주되는 작품이며, '슈베르트'를 비롯한 낭만파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곡의 가사는 1곡부터 6곡까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아간다. 제 1곡인 <언덕 위에 앉아서:Auf dem Hugel sitz ich, spaehend>에서 시적 화자는 산과 계곡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멀리 떠나 있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호소한다.
제 2곡인 <산은 푸르고:Wo die Berge so blau>에서는 연인을 잊기 위해 산으로 은둔한 주인공이 연인을 못잊어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 3곡인 <가볍게 나는 작은 새:Leichtge Segler in den Hoehen>에서는 자연의 여러 대상물들(새들, 구름, 서풍, 시냇물)을 시켜 자신의 애절한 사랑의 염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제 4곡인 <하늘 높이 흐르는 구름:Diese Wolken in den Hoehen>에서는 제 3곡에 연이어 구름과 서풍과 시냇물을 재촉하여 자신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데려다 줄 것을 염원한다.
제 5곡인 <오월이 오면:Es kehret der Meien>에서는 봄이 되어 신록이 세상에 가득하고 연인들이 부부의 연을 맺는데, 자신만 님을 떠나 보내고 홀로 눈물 짓노라고 탄식한다.
제 6곡인 <이 노래로 이별하자:Nimm sie hin den diese Lieder>에서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연인에게 자신의 연정을 마지막으로 노래로 바치며, 그 노래가 가슴깊이 북받쳐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물러가게 할 것을 기원하며 끝낸다.

이 여섯 편의 연가곡에서 제 5곡이 '실연한 이가 맞이하는 봄'의 노래이다. 화창하고 즐거운 봄날, 연인을 상실당한 청년이 애절하게 부르는 비애의 울음이다. <황조가>에서 '유리왕'이 토로했던 절망이, '말러'가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표출했던 상심이 이 곡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Es kehret der Maien

  Es kehret der Maien, es bluhet die Au.
  Die Lufte, sie wehen so milde, so lau,
  Geschwatzig die Bache nun rinnen.

  Die Schwalbe, die kehret zum wirtlichen Dach,
  Sie baut sich so emsig ihr brautlich Gemach,
  Die Liebe soll wohnen da drinnen.

  Sie bringt sich geschaftig von kreuz und von quer
  Manch weicheres Stuck zu dem Brautbett hieher.
  Manch warmendes Stuck fur die Kleinen.

  Nun wohnen die Gatten beisammen so treu,
  Was Winter geschieden, verband nun der Mai,
  Was liebet, das weiß er zu einen.

  Es kehret der Maien, es bluhet die Au.
  Die Lufte, sie wehen so milde, so lau.
  Nur ich kann nicht ziehen von hinnen.

  Wenn alles, was liebet, der Fruhling vereint,
  Nur unserer Liebe kein Fruhling erscheint,
  Und Tranen sind all ihr Gewinnen.

 


오월이 오면

  오월이 오면 목장에 싹이 튼다.
  바람은 그렇게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불어오고,
  시냇물은 재잘거리며 흐른다.

  보금자리 지붕으로 돌아오는 제비는,
  부지런히 신방을 꾸며,
  사랑이 그 안에 깃들도록 한다.

  제비는 바쁘게 여기저기서 연한 가지를 물어
  신랑침대를 꾸미고 따뜻한 짚으로 아기자리 만든다.
  이제 부부는 의좋게 같이 산다.

  겨울이 갈라 놓은 것을,
  이제 오월은 다시 합치고,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오월은 다시 오고 목장은 피어난다.
  산들바람은 그렇게도 부드럽게, 살며시 분다.
  다만 나만이 이 곳에서 떠날 수가 없다.

  봄은 모든 사랑하는 것을 같이 묶어 주면서,
  다만 우리들의 사랑에만 나타나지 않으니,
  눈물만이 우리들의 사랑의 보람인 것 같다.

 



전 3연 6행의 시로 구성된 이 곡은 4/4박자, 다장조의 조성으로 3부분 형식의 유절가곡이다. '매우 빠르게(Vivace)'의 악상기호를 가지고 있으며, 간간이 느린 부분이 배치된 가운데 빠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6행의 싯구 중 4행까지는 봄철을 맞아 즐겁고 행복한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5행과 6행에서는 시적 화자의 외롭고 울적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어 화사한 봄과 실연당한 청년의 모습이 잘 대비되고 있다.

음악은 비장한 주제를 희석시키듯 다소 밝고 담담한 분위기로 일관된다. 가사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청취할 경우 단순한 봄철 찬미의 노래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맥락을 파악한 뒤 귀 기울여 들으면 청년 '베토벤'이 표현한 절실한 感傷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는 한껏 밝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가장 은근하고 내면적으로 사랑을 잃은 젊은이의 심경을 그려내려 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전주에 나타나는 '트릴(trill)'은 제비들의 소리를 나타내며, 연인끼리의 애정어린 행동을 암시하고 있다. 홀로 된 이의 눈에 봄철의 정경이 가시처럼 박힌다.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다듬은 곡은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선율로 나아가며, '겨울이 갈라 놓은 것을' 부분에서 잠시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이 투영되어 경쾌하고 사랑스럽게 나아간다. 그러나 결국 악곡은 '봄은 사랑하는 것을 하나로 묶어주지 못한다'는 푸념을 토하며, 다시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으로 바뀌어 종결된다. (옮긴글)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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