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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브람스와 그가 짝사랑했던 여인 클라라



브람스 교향곡 2번…음악으로 써내려간 연서(戀書)



19세기에 스승의 아내를 사랑했던 한 음악가가 있었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다. 그는 무명이었던 자신을 유럽의 음악계에 소개하고 그의 앞길을 지원해 준 스승 슈만(R. Schumann, 1810~185 6년)의 아내 클라라를 사모(思慕)했다. ‘사랑’보다 ‘사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고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승과의 관계, 그보다 더 어려운 스승의 아내라는 존재. 그것을 브람스는 잊지 않았던 듯하고 그래서 ‘배신’이나 ‘쟁취’를 꿈꾸기 어려웠으리라.

그런 브람스가 음악 속에서나마 클라라와의 행복한 시간을 꿈꿨던 곡이 교향곡 2번 D장조(Symphony No. 2 in D major op.73)다. 이 곡은 흔히 ‘21년이라는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교향곡 1번 이후 쉬어가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라고 얘기된다. 하지만 이 곡을 브람스가 클라라 슈만에게 바쳤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리 간단하게 설명될 작품이 아니다.

1877년 6월 브람스가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며 만들었던 교향곡 2번은 알프스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 했던 브람스의 평안함이 특히 잘 드러나 있다. 부드럽고 온화하며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을 그려낸 우아함 때문에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진지’ ‘고독’ ‘우울’로 대변되던 브람스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확실히 교향곡 1번에서 표방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나 ‘고뇌 뒤의 환희’ 같은 메시지가 교향곡 2번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에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 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낭만적으로 포진해 있어 더없이 아름답다.

브람스는 이 곡을 작곡하는 중간 중간 클라라에게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줬으며 자필 초고도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음악을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에게 선물한 브람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클라라의 손끝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두 사람의 사랑을 그려내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심증’은 2악장에 이르러 확실해진다. 현악기와 목관의 따스한 시선으로 시작되는 2악장 속엔 숲속 소풍을 떠나는 연인들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소풍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새소리가 아름다운 숲속에서 연인과 미소를 나누고 손잡고 왈츠도 추는, 소박하지만 더없이 행복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연인들이 브람스와 클라라는 아니었을까? 가슴이 아파지는 대목이다. 슈만이 1856년 세상을 떠난 것을 감안하면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은 못 이룰 것도 없었으련만, 브람스는 클라라에 대한 평생의 사랑을 음악에만 담았다. 모처럼 휴식 같았던 브람스 교향곡 2번의 평안함이 오히려 평안할 수 없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일전에 한 독설가는 브람스가 클라라를 사랑하면서도 끝내 결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6남매나 딸린 가난한 미망인 클라라를 먹여 살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브람스의 전 음악을 통해서 봤을 때 브람스는 보이는 것 외에 딴 마음을 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이 곡을 듣고 싶다면…
 · 귄터 반트 지휘,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 심포니)의 함부르크 무지크할레 실황(1996년)
 · 브루노 발터 지휘, 뉴욕 필하모닉(United Archives,1953년)
 ·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디지털 레코딩(DG)
 · 므라빈스키 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일본 실황(알투스,1977년)

[최영옥 음악평론가]



Johannes Brahms' Symphony No. 2 in D major, Op.73 (Full)

I. Allegro non troppo  / II. Adagio non troppo - L'istesso tempo, ma grazioso
III. Allegretto grazioso (quasi andantino) / IV. Finale. Allegro con spirito



Wiener Philharmoniker, cond Leonard Bernstein(1982)






  • ?
    맹주선 2013.06.29 21:58
    나의 요하네스 브람스..... 브람스를 들을라치면 언제나 떠오르곤 하는 것은 永遠한 未完의 사랑을 안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의 모습입니다.
    미국의 헨리 리 토머스 부부가 쓴 그의 전기, 마지막 대목을 옮겨 보면서 그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는 친한 친구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첫사랑 엘리자베드는 심장병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중년기의 위안이었던 헤르미네는
    한창 젊은 나이로 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서 한스 폰 뵐로우가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모든 것이었던 클라라 슈만이 영면의 길을 떠나고 말았다.
    브람스는 그 때 휴가 중이었는데 그 부음을 전해 듣고는 경황이 없어 돌아 오는 기차를 잘못 탔다. 그가 쇠잔한 나이를 이끌고 비틀거리며 그 녀의 무덤에
    도착해서 그 유해에 한 줌 흙을 뿌리기까지는 꼬박 이틀을 소비해야 했다. ...... 그는 예순 네살의 나이로도 여전히 운동에 열심이었고, 참나무처럼 완강하게
    노년의 풍경을 뒤로 하고 서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육체가 무너져 갔다. 의사들은 그의 병을 암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났다.

    '나는 내 자신을 표현해 내는 일을 시작조차도 못했는데.....' 그는 종말에 서서 투덜댔다.
    그러나 아마도 - 누가 이것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 그는 새로운 청중, 더 훌륭한 청중들을 위하여, 씌어지지 않은 음악을 함께 가져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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