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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트립셴에 있는 바그너 박물관 전경과 그 뒤로 보이는 필라투스 산봉우리



리하르트 바그너《지그프리트 목가》
Richard Wagner, Siegfried Idyll


평소에 듣기 쉽지않은 음악과 우연히 만날 때의 흥분과 기쁨은 작지 않다. 서울시립교향악단 7월 5일(금) 정기연주회의 첫 곡 바그너의《지그프리트 목가》는 별 기대를 않고 처음 들어본 20분짜리 관현악곡인데, 그 아름답고 그윽한 멋진 선율에 넋을 잃고 몰입되었다.

음악평론가 황장원 씨는 이 곡을 평하여 "바그너가 남긴 관현악곡들 가운데 가장 사랑스럽고 누구나 친숙해지기 쉬운 작품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목가적인 평화로운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전편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흘러넘친다. 또 바그너가 당시에 마무리하고 있었던 오페라(악극)에서 가져온 다채로운 선율들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아기자기한 맛을 자아내며, 클라이맥스에서는 환희에 찬 음률이 찬란히 울려 퍼진다."고 했다.

이날의 메인 레퍼토리는 초청 지휘자 유라이 발추하(Juraj Valchuha, 슬로바키아)가 이끈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었지만, 여운이 이어지는 감동스러운 곡《지그프리트 목가》를 다시 들어보고파 유튜브에서 아래 동영상을 골랐다.




Wagner's Siegfried Idyll _ BBC Scottish Symphony Orchestra
cond Donald Runnicles / Royal Albert Hall, London, 2012.8.3




● 바그너의 생애를 비춘 햇살, 아내에게 바치는 곡

1870년 크리스마스 날 이른 아침, 지휘자 한스 리히터를 필두로 취리히의 오케스트라에서 선발된 열다섯 명의 연주자들이 루체른 호숫가의 트립셴에 있는 바그너의 저택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바그너의 지시에 따라 부엌에서 조율을 맞춘 다음, 보면대가 놓인 계단에 조용히 늘어섰다. 그리고 저택의 안주인이 일어날 즈음인 7시 30분이 되자 바그너가 새로 작곡한 유려하고 다사로운 관현악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코지마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꿈결 같은 음악소리에 눈을 떴다. 한동안 그녀의 감각과 의식을 무아지경으로 빠트린 그 음률이 잦아들자, 다섯명의 화동(花童)을 앞세운 바그너가 침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다발의 악보를 건네는 게 아닌가.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그녀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것은 남편 바그너가 전날 서른세 번째 생일을 맞은 아내 코지마를 위해서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던 것이다.



바그너와 코지마, 어린 아들 지그프리트

이 특별한 관현악곡은 오늘날《지그프리트 목가》로 불리지만, 원래는 <트립셴 목가>로 명명되었었다. 트립셴은 스위스의 루체른에 속한 지역으로, 바그너와 코지마가 그곳의 호숫가 언덕에 있는 저택에서 1866년 3월에서 1872년 4월까지 살았던 사실로 유명하다. 현재 그 저택은 바그너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목의 ‘지그프리트’는 바그너의 대작《니벨룽의 반지》연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의 제목이면서, 바그너와 코지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지그프리트 바그너는 1869년 6월 6일에 태어났는데, 그의 탄생은 아버지 바그너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열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지그프리트가 태어나기 직전, 바그너와 코지마는 이미 트립셴에서 동거하며 두 딸을 두고 있었으나, 두 사람은 합법적인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바그너의 첫 번째 아내인 민나는 1866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코지마는 아직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아내였던 것이다. 더구나 뷜로는 바그너의 제자였고 코지마의 아버지는 바그너의 친구인 프란츠 리스트였기에, 두 사람의 결혼은 결코 축복받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우한 아들의 탄생은 바그너에게 무한한 기쁨이자 일종의 계시였다. 그는 오랫동안 중단했던 악극《지그프리트》의 작곡을 재개했고, 코지마는 결심을 굳히고 뷜로에게 정식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그 해 9월과 이듬해 6월에는 뮌헨에서《라인의 황금》과《발퀴레》의 초연이 거행되었다. 비록 바그너 자신의 의도에는 부합하지 않는 사건이었지만, 그로써 당대 음악계를 주도하는 ‘위대한 작곡가’로서 그의 입지는 한층 공고해졌다. 그리고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발발한 1870년 여름, 바그너 가정에는 경사가 연이었다. 우선 7월 18일에 코지마와 뷜로의 결혼무효신청이 법적 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마침내 8월 25일, 바그너와 코지마는 루체른의 중앙교회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지그프리트 목가》에는 그 시절 바그너의 성취감과 행복감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듯하다. (음악평론가 황장원의 해설 중에서)



Wagner's Siegfried Idyll _ Wiener Philharmoniker
cond Bruno Walter / recorded in 1935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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