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사들의 영원한 연인《릴리 마를렌》 Lilli Marlene
● 노래 - 마를레네 디트리히
Vor der Kaserne, vor dem grossen Tor,
병영의 커다란 정문 앞
Stand eine Laterne und steht sie noch davor.
가로등 하나 켜져 있고, 그녀는 아직 그곳에 서 있네.
So wollen wir uns wiedersehn,
거기서 우리는 만나고자 하네
Bei der Laterne wolln wir stehn,
가로등 옆에서 우리는 서 있고자 하네.
Wie einst Lilli Marlene,
언젠가 그랬듯이 릴리 마를렌,
Wie einst Lilli Marlene.
언젠가 그랬듯이 릴리 마를렌.
Lilli Marlene / sung by Marlene Dietrich
2차 대전 중 북아프리카 전선.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과 대치하고 있던 영국군 전차병들이 한낮의 살인적인 더위가 식어가는 밤 9시 55분이 다가오자 라디오 주위로 한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한 신참병사가 큰 소리로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상사가 입에 손가락을 대면서 ‘쉿’ 했다. 잠시 뒤 라디오에서 지직거리는 잡음과 섞여 여자 목소리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독일어라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영국군 전차병들은 애조 띤 선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병영 앞 커다란 정문 앞에 가로등 하나 켜져 있고,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네"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제목은 ‘릴리 마를렌’이었다.
독일 병사들뿐 아니라 연합군 병사들의 애창곡이 된 ‘릴리 마를렌’. 유럽 전장을 다녀온 병사라면 이 노래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없었다. 마치 열병같이 퍼져서 모든 나라의 모든 병사들에 의해 모든 전장에서 불렸다. 독일군도, 그 적군인 연합군도 모두 ‘릴리 마를렌’을 애창하고 불렀다.
‘릴리 마를렌’은 한스 라이프(Hans Leip, 1893-1983)가 1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전선으로 떠나며 쓴 ‘젊은 초병의 노래’라는 시로, 1937년 발표한 시집에 실었던 것을 작곡가 노르베르트 슐체가 곡을 붙여 만든 것이다. ‘병사들의 영원한 연인’이 된 릴리 마를렌은 한스 라이프가 애인인 릴리와 군 간호사 마를렌의 이름을 조합하여 지었다고 한다.
‘릴리 마를렌’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1942년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를 점령한 독일군이 그곳에 ‘병사의 방송국’을 개설하면서부터였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한 소위가 빈으로 휴가를 떠날 때 방송에 사용할 레코드판을 사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소위는 중고 레코드 가게를 뒤져 랄레 안데르센이 취입한 레코드판을 구입하여 돌아왔다. 전시 선전 목적으로 급조된 터라 변변한 음반이 없었던 방송국은 ‘릴리 마를렌‘을 줄창 틀어댔다.
‘릴리 마를렌’이 전파를 타자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는 병사들의 사기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방송을 금하는 명령을 내렸다. 방송이 중단되자 유럽 각 지역에 주둔한 독일 병사들의 방송 요청이 쇄도했다. 아프리카 전차 군단장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도 ‘릴리 마를렌’의 방송을 요청하자 괴벨스도 마지못해 방송을 허락하고, ‘릴리 마를렌’은 밤 9시 55분에 방송이 끝나는 시그널 음악으로 전 유럽에 다시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독일군 측이 방송하는 ‘릴리 마를렌’이 연합군 병사에게도 인기 최고의 노래로 급부상하고, 이에 연합국 측에서는 독일 출신 할리우드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나른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녹음해 더 성능이 좋은 방송시설을 통해 연합군과 독일군 병영에 울려 퍼지게 했다.
이처럼 ‘릴리 마를렌’은 적군 아군 구별 없이 모든 병사들이 다 함께 즐겨 부르고 듣던, 세계 전쟁사를 통틀어 유래가 없고 가장 인기가 있었던 노래이며 지금은 반전가요의 상징곡으로 불리고 있다.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1901-1992, 독일)는 1930~50년대에 활약한 영화배우이자 가수로 당시의 초대형 스타였다. 또한 마릴린 먼로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섹스 심벌이었다. 몽환적인 표정에다 아름다운 명품 각선미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에서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그녀는 91세에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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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샹송가수 Lale Andersen (1905~1972 독일)이 1939년에 취입한 노래인데,
당시의 대스타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불러 더욱 유명해 졌지요.
2차 대전을 전후한 암울하던 그 시대의 향수와 회한을 아련하게 되새겨주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