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in A minor, Op.43, #18 18th Variation, Andante cantabile / From the movie 'Somewhere in Time' 후기 낭만주의의 거장이며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는 뛰어난 피아노곡을 많이 지었다. 그의 만년의 걸작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24개 주제의 변주곡인데, 그 중 18번째 변주곡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영화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 1980)"에 삽입되고 EBS라디오의 시그널뮤직으로도 채용되어 낯설지 않다. 3분 남짓한 이 곡은 안타까운 그리움과 회한에 겨웁듯 가슴 저리게 애절하고 달콤하다. 아래에 한국이 낳은 거장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18을 따로 들어보고, 얼마전 내한공연하여 호평을 받은 중국의 신예 여류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전곡(23분) 연주를 함께 감상한다. #18 Variation / Kun-Woo Paik (백건우) 파가니니에 관한 전설에는 다분히 환상적인 측면이 있었다. 19세기 초에 활약했던 그의 신출귀몰한 바이올린 연주 솜씨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대가였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그런 소문은 한동안 사실처럼 받아들여졌고, 그로 인해 파가니니는 죽은 뒤 고향에서조차 거부당한 채 오래도록 구천을 떠돌아야만 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파가니니는 낭만주의를 선도한 거장으로 자리매김했고, 따라서 그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었다. 언제나 초자연적인 주제에 열광했던 러시아 예술가들은 파가니니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는데, 러시아 출신의 낭만주의자 라흐마니노프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회심의 걸작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그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현란한 색채와 악마적 기교,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로 가득 차 있다.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in A minor, Op.43 (전곡) piano, Yuja Wang(王羽佳, 1987-Beijing, China) NHK Symphony Orchestra, cond Charles Dutoit(샤를 뒤투아) (#18은 동영상의 15분대에서 들을 수 있음.) 이 곡은 기본적으로 변주곡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변주의 주제로는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 중 마지막 곡의 A단조 선율이 채택되었다. 아울러 라흐마니노프는 이 ‘카프리치오 주제’에 대비되는 또 하나의 주제로 ‘죽음’ 또는 ‘심판의 날’을 암시하는 중세의 ‘디에스 이레’(dies irae) 선율을 도입함으로써 작품의 독창성과 구성미를 강화하고 나아가 자칫 가볍게만 비칠 뻔했던 작품에 보다 심오한 아우라를 부여했다. 전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각각은 빠르게(제1~10변주), 느리게(제11~18변주), 빠르게(제19~24변주)의 세 템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곡은 3악장으로 구성된 통상적인 협주곡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느린 악장에 해당하는 두 번째 부분에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스케르초 풍의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구성 방식은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협주곡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