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에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열연하는 장면
베르디의 '오텔로'와 플라시도 도밍고 72세 작곡가와 성악가, 그 절묘한 인연
최근 전 세계 클래식 음악 팬들은 깜짝 놀랐다.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년~)의 갑작스러운 입원 소식 때문이다. 폐동맥 부근이 막히는 색전증(폐색전)으로 마드리드 병원에 입원하게 된 도밍고는 다행히 일주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플라시도 도밍고. 스페인 출신의 이 테너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20세기와 21세기 테너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가수다.
2007년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났고, 두 사람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도밍고가 쓰러졌으니 놀랄 수밖에. 게다가 2010년 도밍고는 결장암 수술을 받고 돌아온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당분간은 노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만일 도밍고가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그를 대체할 만한 가수가 있을까? 그는 테너로서도 독특한 존재다. 바리톤 가수였던 그가 테너로 전향한 것은 1959년 멕시코 국립오페라단의 오디션에서였다. 할리우드 배우를 능가할 만큼 잘생긴 외모에 187㎝ 큰 키의 훤칠하고 매력적인 도밍고를 본 심사위원들이 테너 곡을 불러보라고 요청했다.
오페라 관계자들에게 혜성같이 나타난 도밍고의 모습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도밍고는 노력 끝에 음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1961년 몬터레이에서 올려진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테너 알프레도 역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도밍고의 음색은 영웅이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남성의 역할에서 빛난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베르디의 ‘오텔로(Otello)’를 꼽는 이유다.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무어인인 흑인 장교 오텔로가 터키군을 격퇴하고 섬의 총독으로 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오텔로는 아름다운 백인 여성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맞이한다. 오텔로의 성공을 백인 장교 이아고가 시샘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시기와 증오로 들끓는 이아고는 오텔로가 신뢰하는 백인 부관 카시오와 데스데모나의 사이를 불륜으로 보이게 하는 음모를 꾸몄다. 결국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텔로가 모든 것이 이아고가 꾸민 흉계임을 알고 비탄과 후회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이야기를 오페라화한 것이 베르디였다. 특히 ‘오텔로’를 좋아해 평생 애독했던 베르디는 대본작가 보이토(Arrigo Boito)로 하여금 전 4막 극으로 각색하게 했다. 이것을 토대로 음악을 붙여 그의 만년의 걸작 오페라 ‘오텔로’가 탄생했다. 그의 나이 72세 때였다.
대개 작곡가들은 특정 연주자를 지목하거나 그에 어울리게 맞춰 곡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헌정 음악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오텔로’의 경우 베르디는 특정한 가수 따로 없이 만들었다. 처음부터 계약된 극장 없이 스스로 만들고 싶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72세에 ‘오텔로’를 만든 거장과 72세를 살고 있는 ‘오텔로’의 대가 도밍고. 그가 건강해야 할 이유이고 오래오래 오텔로를 불러야 할 이유다. 다시 건강한 멋진 모습으로 도밍고가 돌아오길 기원한다.
▶음악을 듣고 싶다면… * 도밍고, 로린 마젤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 EMI * 도밍고, 스코토, 레바인 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RCA
[최영옥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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