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유럽의 유서 깊은 문화 앞에서는 기가 죽는다. 비록 17세기 초 박해받던 청교도들이 이뤄낸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이 있지만.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는 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채가 어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쓴 결과물이다. 클래식에 있어서도 미국인들이 이뤄낸 문화가 하나 있으니, 바로 재즈다.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년)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와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는 이 재즈가 클래식으로 승화된 음악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조지 거슈윈은 미국 문화의 오늘을 증명해 보인 음악가이며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으로 꼽힌다. 러시아에서 이민 온 가난한 유태계 2세로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거슈윈은 생활고 때문에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주급 15달러짜리 재즈 피아니스트 생활을 해야 했던 거슈윈. 그가 오늘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자리하게 된 것은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 폴 화이트먼(Paul Whiteman, 1890~1967년)과의 만남을 통해서다.

재즈의 고급화를 위해 ‘심포닉 재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재즈)’를 구상하던 화이트먼은 이 작업을 해낼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었다. 화이트먼은 1922년, 거슈윈의 1막짜리 오페레타 ‘블루 먼데이(Blue Monday)’를 보고 그의 재능을 발견했다.

화이트먼은 이미 몇 개월 전, 프랑스계 캐나다 가수인 에바 고티에와 함께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실험적인 콘서트를 감행해 꽤 좋은 반응을 얻어냈었다. 성공에 고무된 화이트먼은 좀 더 야심 찬 시도를 하려 했고, 거슈윈에게 ‘협주곡 형식의 재즈 작품’을 같이 만들어 1924년 2월 무대에 올리자는 제안을 했다.

이 작품은 1924년 2월 12일 뉴욕의 에올리언홀에서 열린 ‘현대음악의 실험(An Experiment in Modern Music)’이라는 제목의 음악회에서 초연됐다. 거슈윈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폴 화이트먼이 지휘를 맡았다. ‘랩소디 인 블루’는 피아노 솔로와 재즈 밴드를 위한 곡으로, 클래식 음악과 재즈로부터 받은 영향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여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성공으로 거슈윈은 단숨에 정통 클래식 작곡가로 도약함은 물론, 오늘날 지휘자 번스타인과 함께 가장 미국적인 색채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됐다.

‘랩소디 인 블루’는 브루클린의 가난과 체념 속에서 자유를 꿈꾸던 흑인들의 재즈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감성을 이루는 음악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가수 변진섭의 노래 ‘희망사항’ 중 마지막 부분과,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해 우리에게도 많이 친숙한 곡이다. 디즈니사가 클래식 음악의 애니메이션화를 시도한 ‘환타지아 2000’에도 사용됐으니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기에도 적절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울할 때 명약이 되리라. 우울함은 우울함으로 달래는 법이니. 또 거기엔 아메리칸 드림의 ‘희망’이란 마감재가 종을 울리고 있잖은가.

▶ 음악을 듣고 싶다면…
* 앙드레 프레빈 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Decca (CD)
* 레너드 번스타인 피아노 & 지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CD)
* 환타지아 2000, 월트디즈니 (DVD)

[최영옥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