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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by Carle Vanloo(1705-1765, France)



모두의 특권, 음악



# 1955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뉴욕 이스트 30번가에 있는 오래된 교회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했다. 항간에선 바흐가 이 변주곡을 불면증 치료음악으로 작곡했다고 말하는데 사실이다. 바흐가 라이프치히를 방문했을 때 폰 카이절링 백작으로부터 잠들지 않는 밤에 원기를 북돋워줄 수 있도록 클라비어(피아노의 원조) 작품을 작곡해 달라고 하자 탄생한 곡이기 때문이다.

#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이듬해인 56년 출시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음반이 됐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81년 굴드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영상을 담아 다시 녹음했다. 당시 그는 움직이는 종합병동이나 다름없었다. 심한 두통과 극심한 불안증세는 항상 동거하는 것들이었고 혈중 요산 수치가 높아져 관절 마디마다 요산결정체가 쌓여 통증이 극심했다. 그는 이전에도 연주회 직전 30분 동안 아주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야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강력한 소염진통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굴드는 기어코 연주와 녹음을 끝냈다. 그리고 이듬해 시월, 쉰 살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떴다.

# 2007년 클래식 음반계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이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그해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음반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설적인 글렌 굴드의 음반이 아니라 당시 서른다섯 살 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의 음반이자 그녀의 첫 앨범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화려한 조명과 근사한 무대에 익숙한 스타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 그녀는 무대랄 것도 없이 조율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낡은 피아노가 전부인 양로원과 보육원에서 연주를 하는 무명에 가까운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무대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이 자신의 연주를 더 필요로 한다고 믿었고, 그렇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 설사 보잘것없어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도 ‘네이버후드 클래식’ 즉 ‘이웃하는 클래식’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외된 곳의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최고의 무대는 바로 그런 곳이다. 음반을 처음 출시할 때도 어렵게 돈을 구해 자비로 한 것이었다. 아이를 낳은 후 스스로의 음악을 남기고 싶다는 작은 소망에서 그렇게 했던 것인데 이것이 꿈같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음반을 접한 이들이 움직인 것이다. 어떤 이는 카네기홀 공연을 주선해 줬고 또 다른 이는 정식 앨범을 내도록 해 줬으며 뉴욕타임스는 특집기사로 응원해 줬다. 이제 그녀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그녀의 타건을 선사한다.

# 창호로 유명한 이건그룹에서는 1990년부터 해마다 이건음악회를 연다. 올해로 24년째다. 외환위기 때도 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 등지까지 전국 순회공연을 하는 것도 이채롭다. 게다가 무료다. 하지만 무료라고 해서 그저 그런 음악회가 아니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초청해 당대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는 알짜배기 정통 클래식 명품음악회다. 올해의 연주는 다름 아닌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일주일 전쯤 문화예술나눔행사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한 말이 떠오른다. “… 음악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언어이며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음악은 저에게 살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절 지켜주었습니다. …문화를 사랑하시는 여러분이 아름다운 미래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데 힘껏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행복은 나를 위한 행복이 아니라 남을 위한 행복인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음악은 나눌수록 커지고 함께할수록 위대해진다. [2013.10.26]

-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 · GIST다산특훈교수)


Glenn Gould: Bach's Goldberg Variations (전곡, 1981)

글렌 굴드(1932-1982 캐나다)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바하음악의 제1인자였다.


Simone Dinnerstein: Bach's Goldberg Variations No.1 (2007)

시몬 디너스틴(1972- 뉴욕)은 2007년 35세때의 첫 앨범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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