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린 소년 둘이 같이 부를 노래를 고르고 있었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를 둘이 동시에 알아야 하고 율동까지 맞춰야 하는 노래를 고르려니 막상 쉽지 않았는지 한참을 고르더니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알파벳 송. 귀여운 선곡이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ABC 송, 또 가사는 다르지만 곡조는 같은 ‘반짝 반짝 작은 별’ 하는 ‘작은 별’ 노래도 있다. 아마 이 노래를 못 따라 부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쉽고 재미있는 선율을 피아노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이가 모차르트(Mozart)다. 흔히 ‘작은 별 변주곡’으로 불리지만 제대로 된 제목은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이다.
제목이 길어진 이유가 있다. 이 곡은 원래 18세기 프랑스의 민요였던 ‘아, 어머니께 말씀 드릴게요(Ah, vous dirai-je Maman)’에서 시작된다. 옆집 남자를 사랑하게 됐는데 그 때문에 괴롭다고 하소연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이 노래에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동시를 영국 시인 제인 테일러가 노랫말로 붙여 동요 스타일 노래가 됐고 다시 모차르트가 피아노곡으로 재창조했다.
이 곡조가 담긴 여러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은 역시 모차르트의 곡이다. 모차르트가 1778년 파리 여행 중에 앞서 민요를 듣고 그 주제에 열두 개 변주를 붙여 만든 곡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는 좀 다르다. 여행 중 어머니의 사망 등 힘든 일을 겪은 모차르트가 당시의 마음을 3~4년 뒤 좀 더 성숙한 시선으로 돌아보며 만든 작품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은 비참했지만, 대체적으로 모차르트의 삶은 즐거웠다.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음악은 고통이나 그늘이 별로 없고 밝고 명랑하며 경쾌한 선율이 대부분이다. 때론 슬프고 우울한 음악도 작곡했지만 삶의 치열함이나 처절한 광기 같은 감정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음악이 태교나 치료 음악 등으로 즐겨 선택되는 이유다.
그런 모차르트에게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모성(母性)이었다.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는 아들의 성공을 위해 오랜 시간 기도해 온 정성의 어머니로 알려졌다. 아들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했지만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경비 문제로 번번이 안나를 연주 여행에서 제외시켰다. 덕분에 일찍부터 숱한 연주 여행을 하면서 부친과 보낸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모차르트는 항상 어머니 품을 목말라 했고, 이 결핍이 채워지기 전에 어머니는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나이 불과 22살이었다. 그런 모차르트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사랑 얘기를 하소연하는 프랑스 민요가 눈에 띄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곡의 강점을 가장 잘 승화시킨 연주자가 루마니아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Clara Haskil, 1895-1960)이라고 많은 이들이 꼽는다. 그는 눈부신 재능과 탁월한 감성의 피아니스트였지만 다발성 신경경화증으로 꼽추가 돼버린 가혹한 운명의 소유자였다.
하스킬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우선 모차르트가 하고 싶었던 어머니와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고 싶은 가을이다.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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