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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그의 CD 앨범 표지.



피아졸라의 ‘망각’… 나를 기억에 묻고 너를 그 위에 묻는다


마르코 벨로치오의 영화 <엔리코 4세(Enrico Ⅳ)>, 왕가위의 <해피투게더>, 곽경택의 <사랑>, 마틴 브레스트의 <여인의 향기>...이쯤 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탱고’다. 이 탱고들과 함께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 와 기돈 크레머(Gidon Kremer)의 이름을 안다면 ‘탱고 좀 안다’고 할 만하다. 근래 김연아가 현역 마지막을 장식할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곡으로 고른 ‘Adios Nonino’가 바로 아르헨티나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탱고에 관한 관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탱고라면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 정도만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 멋진 탱고 음악이 우리나라에선 저급한 카바레 음악 정도로 인식됐다. 이 오류를 확실하게 잡아 준 사람이 피아졸라다. 탱고의 역사는 피아졸라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을 추기 위한 배경 음악에 지나지 않았던 탱고를 듣는 음악, 즉 감상용 음악으로 격상시킨 주인공이 바로 피아졸라다.

탱고는 1880년경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남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보카(Boca)에서 탄생했다.

20세기 초부터 탱고는 빈민가와 매춘 굴에서 벗어나 카바레와 극장으로 퍼져 나갔으며, 급기야 상류층까지 확대돼 파리 등 유럽 대도시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정열적이고 선정적인 탱고는 유럽풍 우아한 스타일로 변화했는데 이것을 ‘컨티넨탈 탱고’라고 부른다. 현재 연주되는 대부분 탱고는 컨티넨탈 탱고다.

이런 탱고를 반도네온(bandoneon=아코디언 종류로 아르헨티나 탱고의 대표적 악기) 연주자이며 작곡가였던 피아졸라가 독창적 화음을 끌어와 새롭게 만들었다. 이를 ‘누에보 탱고(Nuevo Tango)’라고 하는데 탱고 르네상스를 연 획기적인 시도로 인정받으며 많은 연주자들이 즐기는 음악으로 부상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피아졸라의 탱고를 클래식 장르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1996년에 내놓은 음반 ‘피아졸라 예찬’은 세계를 ‘피아졸라 탱고 열기’에 휩싸이게 했다.

피아졸라의 마지막 곡으로 기돈 크레머의 명연주가 돋보이는 곡이 바로 ‘망각(Oblivion)’이다. 누에보 탱고의 대표적인 곡으로 탱고 특유의 느낌과는 다른 진한 애수의 선율 때문에 ‘전혀 탱고를 닮지 않은 곡’으로 꼽히기도 한다. 요즘엔 많은 연주가들에 의해 여러 악기로 편곡되고 있다.

피아졸라 자신도 말년에 이 곡을 가장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음악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의 행위에는 망각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의 생명에는 망각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혀 잊히는 것뿐이다.
    나를 기억에 묻고 너를 그 위에 다시 묻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오히려 그는 더 뚜렷하고 위대하게 기억되고 있다. 사람들은 ‘망각’을 통해 오히려 결코 그를 망각할 수 없게 됐다.

▶ 음악을 듣고 싶다면…
* 나는 전설이다, 아스토르 피아졸라(CD), SonyMusic
* 기돈 크레머, 피아졸라 녹음 전곡(CD), NONESUCH
*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초상(Astor Piazzolla in Portrait DVD), BBC


[최영옥 음악평론가]




Oblivion - Gidon Kremer, violin



Oblivion - 김 한 (한국의 클라리넷 신동, 2007년 11살때의 연주)



피아졸라의 Celos - Gidon Kremer, 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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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 2013.11.26 07:30
    영옥,
    피아졸라의 음악에는 타오르는 정열이 라기 보다는 마음 깊숙히 파고 드는 정열이 있지!
    낙엽 휘날리는 늦은 가을 날 분위기를 즐기기에 꼭 맞네. 고마워!
  • ?
    이태식 2013.11.28 15:21
    아스토르 피아졸라에 대하여 그와 같은 라틴 아메리카 태생인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이렇게 썼답니다.

    그의 영혼은 광대하고 불완전하다. 칠흙같은 어둠의 깊이와 눈부신 빛의 명멸에 있어서 그의 음악은
    라틴 아메리카의 영혼과 너무도 닮았다.
    '흠집 많은 인간의 혼란... 양손의 수고로 가혹하게 닳아 버린, 땀과 연기에 찌들은, 백합향기와 오줌냄새를 맡는,
    합법적으로 혹은 불법으로 우리가 하는 갖가지 행동으로 얼룩진... 음식자국과 죄에 물든, 낡은 옷처럼,
    주름진 육신처럼, 감시, 꿈, 불면, 예언, 사랑과 미움의 말들, 어리석음, 충격, 목가, 정치적 신념, 부정, 의심, 긍정
    따위로 순결을 잃은...' 영혼이다.
    - 파블로 네루다 '오염된 시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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