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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Winterreise ((linocut 30x24cm) by Miranda Mott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 D.911)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한 ‘겨울여행’



어느덧 1월도 중반이 지났습니다. 겨울이 다 가버리기 전에 슈베르트 (Franz P. Schubert, 1797-1828, Austria, 사진)의 <겨울 나그네 D.911>와 만나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겨울도 혹독한 추위지만 머지않아 봄이 찾아올 테고, 그때 들으면 이 곡의 참맛은 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 나그네>는 역시 눈 쌓인 겨울에 들어야 절절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모두 24곡으로 이뤄진 이 가곡집의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그네의 정처 없는 방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매우 슈베르트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컨대 <방랑자 환상곡>이나 <피아노 소나타 21번>과 일맥상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래에 덧붙인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31년의 짧은 생을 살았던 슈베르트는 약 600곡의 가곡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가곡집(歌曲集) 형태로 출판된 것은 모두 세 작품입니다. 작곡연도로 살펴보자면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1823년), <겨울 나그네>(1827년), <백조의 노래>(1828년) 순이지요. 그 어느 것이든 가사를 음미하며 듣지 않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아울러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급적 혼자 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겨울 나그네>는 더 그렇습니다. 이 곡을 들을 때는 철저하게 혼자여야 합니다. 만약 다중이 모인 콘서트홀에서 이 음악을 듣게 될지라도, 당신 자신의 내면에만 고독하게 집중해야 음악이 귀를 열고 가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는다는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과 비슷합니다. <겨울 나그네>의 제목은 ‘Die Winterreise’인데 우리말로 직역하면 ‘겨울여행’입니다. 물론 그 여행은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하지요. 4년 앞서 작곡했던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만 하더라도 시적 화자의 여정과 극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찬미와 청춘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도 가끔 등장합니다. 하지만 <겨울 나그네>에서 슈베르트의 꿈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 가곡집은 훨씬 절망적인 분위기로 겨울의 어둠 속을 헤맵니다.

가사를 쓴 이는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 사진)라는 독일 시인입니다. 독일문학사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는 시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시풍은 매우 소박하고 민요적입니다. 질풍노도처럼 달려 나가던 낭만의 시대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시인이었던 셈입니다. 말하자면 때를 잘못 타고 났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한데 슈베르트는 그의 시를 무척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모두 그의 시를 가사로 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를 접하게 됐는지는 좀 불분명합니다.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시집을 발견했다는 설도 있고, 작곡가 베버의 권유로 뮐러의 시에 곡을 붙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에 완전히 매혹당한 것은 분명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주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뮐러의 시에서 ‘정처 없는 방랑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뮐러는 1827년 9월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고 전해집니다. 1827년은 <겨울 나그네>가 작곡된 바로 그 해였지요. 슈베르트가 가장 존경했던 음악가 베토벤이 그해 봄에 세상을 떠났고,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시인 뮐러도 같은 해 9월에 세상을 등졌던 겁니다. 슈베르트는 10월에 <겨울 나그네>를 완성하고 다음해인 182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 뮐러보다 오히려 더 젊은 나이인 31세였습니다.

모두 24곡으로 이뤄져 있어서 전편의 가사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일 성싶습니다. 오늘은 <겨울 나그네>의 전반부 중에서도 특히 애청되는 1곡 ‘밤인사’(Gute Nacht)와 5곡 ‘보리수’(Der Lindenbaum), 6곡 ‘넘쳐 흐르는 눈물’(Wasserflut)의 가사를 소개합니다. 하지만 전편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이 가곡집 전부를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가급적이면 독일어 원어와 한국어 번역이 나란히 나와 있는 텍스트를 활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뮐러의 시집 『겨울 나그네』(김재혁 옮김)는 국내에서 민음사가 번역해 펴냈습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도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밤인사(Gute Nacht)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 1곡 ‘밤인사’(Gute Nacht)
“(1절) 낯선 이방인으로 왔다가 다시 이방인으로 떠나네. 5월은 내게 친절했네. 꽃들은 만발하고 소녀는 사랑을 속삭였네.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을 약속했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차고 길은 눈에 덮였네. (2절) 여행을 떠날 날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나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네. 달빛을 벗 삼고 짐승의 발자국을 따라, 하얀 풀밭을 지나가네. (3절) 사람들이 나를 쫓아낼 때까지, 나는 왜 서성이며 기다리는 것일까. 주인의 문 밖에서 짖는 개야, 짖을 테면 얼마든지 짖으려무나. 사랑은 방랑을 좋아한다네. 신이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도록 정해 놓았네. 그러니 내 사랑이여, 이제는 안녕! (4절) 너의 단꿈을 방해하지 않고, 너의 휴식을 훼방치도 않으리. 발걸음도 들리지 않게 살그머니 문을 닫으리. 떠나면서 그 문에 ‘안녕’이라고 적으리. 너는 그것을 보고, 너를 사랑했던 내 마음을 기억할까.”



보리수(Der Lindenbaum)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 5곡 ‘보리수’(Der Lindenbaum)
“(1절) 성문 앞 우물곁에 보리수가 서 있네. 나는 그 그늘 아래서 많은 꿈을 꾸었지. 그토록 많은 사랑의 말을 가지에 새겼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 나무 밑을 찾았네. (2절) 오늘도 나는 어두운 밤에 그곳을 지나가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감지.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이리 오게 친구여, 여기서 안식을 찾게나’라고 속삭이네. (3절) 차가운 바람이 얼굴 위로 매섭게 불고 모자가 어딘가로 날라 갔네. 그래도 나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네. (4절) 그곳을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는 속삭임을 듣고 있다네.”



넘쳐 흐르는 눈물(Wasserflut)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 6곡 ‘넘쳐 흐르는 눈물’(Wasserflut)
“(1절) 눈물이 쉼 없이 눈 위로 떨어져, 내 뜨거운 슬픔을 차디찬 눈이 삼켜버리네. 풀들이 파릇하게 돋아나면 따뜻한 바람이 불고 얼음이 깨지고 눈도 녹겠지. (2절) 눈아, 너는 내 그리움을 알고 있겠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말해보렴. 내 눈물을 쫓아가면 어느덧 시냇물에 가닿을 텐데. 눈물이 도시로 흘러들어 번화한 거리를 지나서 뜨겁게 반짝이면, 그곳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집이란다.”

[ 참조 : 채널24 / 문학수의「내 인생의 클래식 101」]





  • ?
    김인숙 2014.01.18 06:17
    영옥아,
    너무 반갑다.
    밤새워 듣던 옛날,
    추억을 되살려주는 겨울 나그네...
    잘 지내지?
    새해에도 년중 음악회, listing이 짜여 있을 너의 멋진 삶을 떠올린다.
    그날 세종로,
    가슴 떨리던 우리들의 만남,
    시간이 부족해 밀린 이야기 다 풀어내지 못하고 아쉽게
    다음 만남을 희망하며 헤어진 일...
    늘 내 가슴 속에 함께 있는 친구들
    너의 <겨울 나그네>를 들으며, 오늘따라 더 그립구나.
  • ?
    허영옥 2014.01.20 14:24
    그리운 인숙이 !!!
    봄햇살 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너의 연하장을 받고 답장 못보낸 나를 많이 원망해줘.........,
    번명이 될까 ??
    함께하는 사람 건강 첵크 때문에 당황도하고 며칠 전 까지 좀 바빴어.......,
    다행이 우리가 격고 조심해야 할 진단이 나왔어,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 밤세워 듣던 추억 분이겠니 ??
    52, 3년전 너는 대학생, 나는 은행원, 종로1가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서 이 노래를 듣던 추억을 늘~ 떠올리곤 한단다
    각자 들렀는데 너도 있엇고 나도 있었엇지....., 검은색 칙칙한 의자에 파묻혀 2~3시간을 보내고 귀가 했었지??

    처음엔 작곡자 곡명 아무 상관없이 나의 심혼을 끝없는 황홀경으로 몰아간 그시간들....,
    그리운 네가 있다는 건 더할수 없는 귀한 행복이다 !!!

    마음을 담아 너에게 편지도 쓰고 싶고 마주앉이 도라도란 담소 나누고 싶은 시간이라고..., 공감해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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