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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왼쪽)와 ‘봄의 제전’이 수록된 앨범(오른쪽)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독일음악시대 종말 고한 문제작

대단히 추울 것이라던 지난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았다. 하지만 입춘, 우수, 경칩까지 거치면서 다가온 ‘봄’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혹독한 겨울 추위에서 겨우 빠져나와 맞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봄이라는 제목이 붙었거나 이를 상징하는 음악들은 온화하거나 따스하고 화사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분명 ‘봄’임에도 여간해선 ‘봄’이라고 내놓기 어려운 음악이 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Stravinsky)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The Rite of Spring)’이 그렇다.

이 음악은 ‘spring’이라는 느낌이 주는 싱그러움이나 마음의 들뜸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원시적인 샤머니즘을 연상시키는 강렬함, 전통적인 고전음악에서 보기 어려운 소란스러움, 기존의 질서를 파괴한 혁신 등이 먼저 다가오는 음악이다. 음악이 소란스러워서인가, 출발도 소란스러웠다. 1913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벌어졌던 사건 때문이다.

1910년, 러시아 발레단 ‘발레뤼스’의 감독 디아길레프는 ‘불새’라는 작품으로 새로운 음악어법을 제시한 신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에게 새로운 발레 음악을 써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스트라빈스키가 내민 카드가 바로 이교도와 원시 시대 재현인 ‘봄의 제전’이다.

그가 그리고 싶던 것은 이교도들의 엄숙한 제전이었는데, 그 제전은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한 것이었다. 봄의 신에게 산 제물을 바치는 의식. 그 의식에서 이교도들은 늙은 현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제물로 간택된 소녀가 죽음에 이르도록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변칙적인 박자, 당대 가장 급진적인 음악어법을 두루 수용한 대담한 화성어법과 과감한 관현악법, 한층 확장된 반음계 사용 등은 당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연주자에게도 이것은 너무나 큰 변화였다. 너무 복잡한 악보와 익숙하지 않은 박자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불만은 폭주했고, 결국 초연이 1년 뒤로 미뤄졌다.

안무도 비슷했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단원들까지도 이해를 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백조의 호수’ 같은 우아한 발레를 기대하던 당시 파리 관객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원시 부족들의 춤과 의상 앞에서 경악했다. 결국 5월 29일 초연은 막이 오르자마자 말 그대로 폭동(?)으로 터져버렸다.

음악 역사상 가장 시끄럽고 말과 탈이 많은 초연 무대를 가진 작품이 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혁명적인 작품은 점차 ‘센세이션(충격)’이라는 찬사와 각광을 받게 된다.

이 문제작으로 인해 200여년간 유럽 음악계에서 군림해온 독일 음악 시대는 막을 내린다. 또한 1000년을 지속해 온 선율과 화성의 시대가 새로운 ‘리듬의 시대’로 옮겨가는 신기원이 열렸다. ‘봄’이라는 온유한 이미지를 새로운 ‘격동’의 이미지로 제시한 것은 덤이다.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러시아는 이 ‘봄의 제전’을 이례적으로 펼쳐 보였다. 강한 러시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여는 러시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것을 전 세계가 받아들이길 바랐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 감상을 원한다면…
  CD : 피에르 불레즈 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Sony 
  CD : 아바도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DG

[최영옥 음악평론가]



Igor Stravinsky's Le Sacre Du Printemps
(The Rite of Spring / Ballet)
Orchestre De Paris , cond Pierre Boulez, 2002 (전곡)




Igor Stravinsky's The Rite of Spring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d Claudio Abbado (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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