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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쇼스타코비치와 엘리야후 인발에게 보내는 브라보 (예술의전당 2014.3.21)


음악 속의 인문학


'정말로 음악도 인문학이 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고
지난 금요일, 쇼스타코비치(1906~1975)를 만나러 예술의 전당을 찾았습니다.
합창석까지 점령한 청중의 열기도 열기려니와 무대를 가득 메운
100명이 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자들의 열기 또한 대단했습니다.

78세의 노지휘자, 엘리야후 인발은 연주자뿐만 아니라
청중들의 마음도 함께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의 쉼 한 번 없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을
한 시간 넘게 완주하는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을 방불케 하는 종소리가 울리며
4악장의 피날레가 끝나자 청중들의 반응은 글자 그대로 대폭발이었습니다.
'브라보!'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쇼스타코비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오늘 서울에서의 공연이 맘에 드세요?"
"한국에서 제 곡이 이렇게 환대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 음악 애호가들의 수준을 모르셨군요?"
"그게 아니고 예전에는 한국에서 제 음악의 연주가 금지되었잖아요."
"선생이 공산주의자라서 한때 그런 적이 있었지요.
사실 오늘 연주한 교향곡 11번도 스탈린에게 잘 보이려고 쓴 것이 맞죠?"
"......"
"어쨌거나 1905년 피의 일요일과 1917년 러시아혁명을 생각하며 쓰셨잖아요."
"맞습니다만..."

스탈린의 미움을 산 쇼스타코비치는 살아남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1937년에 발표한 교향곡 5번에는 혁명이라는 부제를 붙였고
'당의 비판에 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답변'이라는
꼬리를 달아 스스로 자아비판을 했을 정도였지요.
1940년, 피아노 5중주로 제 1회 스탈린상을 수상하였고,
1941년 교향곡 7번(부제: 레닌그라드)으로 스탈린상을 수상,
1950년엔 합창모음곡 '10시의 시'로 스탈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예술의 전당을 돌아나오며 노자의 도덕경(2장)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추한 것이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己)
모든 사람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극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의 귀에는 아름다움이 들리고,
어떤 이의 눈에는 추함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레닌 훈장을 받은 소련의 인민예술가, 작곡가 동맹의 의장을 지낸
뼈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그의 정치적 입장과는 달리
그의 음악이 갈수록 매력을 더해가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그가 로스트로포비치에게 남긴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 음악의 전사는 어떠한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인간을 옹호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의 음악은 러시아 혁명사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구나..."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Symphony No. 11 in G minor, Op. 103,《1905년》(전곡)
 Russian National Orchestra, cond Mikhail Pletn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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