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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왼쪽)와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실린 앨범(오른쪽)



바흐의 ‘마태수난곡’

수난의 고통이 위대한 선율로


커피를 대단히 좋아하는 지인이 어찌 된 일인지 며칠째 커피를 피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사순절(四旬節) 기간이라서 그렇단다. 기독교 신자였던 지인이라 이해도 됐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를 말한다. 부활주일 전 40일 기간 동안 십자가에 달려 고난 당한 예수의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다. 재를 이마에 바르며 죄를 회개하는 재의 수요일(또는 참회의 수요일)로 시작된다. 이때는 예수의 수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세속적인 욕망을 멀리하고 금식, 금욕 등을 지킨다.

‘수난’이라는 대목에서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걸작이 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Matthew-passion)’이다. 수난곡은 복음서에 기초해 그리스도의 고통을 다룬 종교 음악이다. 역사는 오래됐으나, 근대적인 형식으로 자리가 잡힌 것은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서다. 바흐는 모든 복음서 각각에 해당하는 수난곡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나, 현존하는 작품은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뿐이다.

3년 일찍 발표된 ‘요한수난곡’이 힘차고 내밀하며 격정적인 데 반해 ‘마태수난곡’은 서사시적이며 명상적이다. 마태수난곡은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신약성서의 마태오 복음서 26장과 27장을 소재로 했다. 전곡이 완전 복음서 텍스트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고, 피칸더의 시적인 텍스트도 사용했다. 바흐는 이 방대한 마태수난곡 텍스트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눴다.

1부에서는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붓는 여인의 이야기와 예수를 팔아넘기려는 배반자 유다, 예수와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스러운 기도 등이 서정적이면서 엄숙하게 펼쳐진다. 2부는 예수를 증오하는 유태인 군중의 합창, 고통스러운 골고다 언덕과 십자가, 새벽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 배반자 유다의 비극적인 최후 등이 드라마틱한 울림으로 구성된다.

마태수난곡의 가장 큰 핵심은 합창이지만, 유려하고 표정이 풍부한 다양한 아리아들을 만나는 재미도 결코 적지 않다.

1729년의 성금요일인 4월 15일 라이프치히의 개신교회인 도마교회 예배당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한때 오랫동안 잊힌 작품이었다. 바흐 서거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채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해묵은 작품 마태수난곡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건, 바흐의 위대함을 조명해낸 인물인 멘델스존의 활약 덕분이다.

멘델스존은 불과 20세 때 마태수난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거의 2년간 리허설에 매달렸다. 이 위대한 걸작의 초연에 당시 400여명의 합창단, 왕실 관현악단 등 전원이 기꺼이 무보수로 참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1829년 3월 11일 베를린에서 청년 멘델스존이 초연한 마태수난곡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청중들은 뜨겁게 감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마태수난곡은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바흐만이 줄 수 있는 합창의 웅장함과 깊은 신앙심 속에 깃든 경건함, 묵상의 언어가 가슴 깊숙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기쁨은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라 해서 놓칠 필요는 없다.
시기도 딱 적당하게 사순절 기간이다. 도전해 보자.


▶ 감상을 원한다면

[CD] 헬무트 릴링, 슈투트가르트 바흐-콜레기움, SONY CLASSICAL
[CD] 칼 리히터,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 & 합창단, Archiv


[최영옥 음악평론가]





Bach's St. Matthew Passion BWV 244 전곡 (1990)
Berliner Philharmoniker, cond Herbert von Karajan
ten Peter Schreier, bar Dietrich Fischer-Dieskau, sop Gundula Janowitz 외



Bach's St. Matthew Passion BWV 244 전곡 (1971)
Münchener Bach Orchestra & Choir, cond Karl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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