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중＜달에 부치는 노래＞… 체코판 인어공주 사랑이야기

조금 빠르게 다가왔던 올 추석.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한다는 한가위. 달이 가장 크게 뜬다는 추석은 수확의 기쁨과 평안 속에서 맞이하는 명절이다. 때문에 이날 만나는 달은 우리에게 소원과 행복을 기원하는 동경의 대상이다.

서양에서는 달의 의미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부정적 시각, 주술적 의미가 오히려 강하다. 달에 ‘홀렸다, 영기를 받았다’는 표현이 많다.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řák)는 이러한 서양식 달의 느낌을 오페라 ‘루살카(Rusalka)’를 통해 인상적으로 풀어놨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의 오페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체코 민간설화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시인인 야로슬라프 크바필(Jaroslav Kvapil)이 쓴 대본을 바탕으로 1900년에 작곡된 전 3막의 서정적 동화(Marchen) 오페라다. 1901년 3월 카렐 코바로비치(Karel Kovarovic)의 지휘로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돼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스메타나의 ‘팔려 간 신부’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오페라다. 신비롭고 낭만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것은 ‘인어공주’와 흡사하지만 조금 더 매혹적이면서도 잔혹한 느낌의 오페라다.

호수의 요정이자 물의 요정인 루살카는 호숫가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인간 세계 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인간이 되고자 하는 루살카. 아름다운 자신의 목소리를 반납하고, 왕자의 마음이 변치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단 마녀의 마법 약을 마시고 루살카는 인간이 된다. 왕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왕자는 다른 나라의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설 곳을 잃어버리는 루살카.

여기까지는 인어공주와 다를 바 없는데 이후 전개부터 달라진다. 물거품이 돼 버리는 인어공주와 달리 루살카는 인간도 요정도 아닌 저주받은 혼이 된다. 뒤늦게 그녀의 사랑을 깨닫고 찾아온 왕자는 죽음과 저주를 의미하는 루살카의 키스를 받고 그녀의 품에서 죽어 간다. 함께 죽지도 못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왕자의 비극을 바라보며 영원히 홀로 살아가야 하게 된 루살카. 그녀는 사랑을 허락해 준 왕자에게 감사해하며, 신에게 그의 영혼을 위탁하고 호수 깊은 곳으로 돌아간다.

이 가슴 아픈 사랑의 비극에서 1막 중 루살카가 부르는 아리아가 ‘달에 부치는 노래(Mesicku Na Nebi Hlubokem)’다. 가사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이여, 그대는 인간이 사는 모든 곳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 잠시 멈춰 내 연인이 어디 있는지 알려다오. 내가 마음속에 그를 품고 있다는 걸, 누가 여기서 기다리는지를 전해다오. 그가 나를 꿈꾼다면 옛 추억이 그를 깨울지도 모르니까. 오, 달이여 제발 사라지지 마오.”

사랑에 빠진 이의 간절함은 물론, 드보르자크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또 모든 것을 잃는 이들이 있다. 이번 추석은 루살카와 왕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는 따스함 속에서 온 가족이 함께 행복하고 기뻐했기를, 그리고 보름달 앞에서 풍성한 사랑이 오랫동안 우리를 지켜 달라고 빌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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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 르네 플레밍, 벤 헤프너, 맥커라스 지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ecca
* (CD) 닐룬드, 베찰라, 벨저-뫼스트 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Orfeo

[최영옥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