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고 (Summer's Gone) _ Claude Choe의 음악과 나희덕의 시

by 한구름 posted Oct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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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s Gone
Claude Choe


캐나다 캘거리에 살고있는 한국인 뮤지션 클로드 최(1960- 부산)는 작곡가 겸 지휘자이자 프로듀서로 명성이 높다. 국제적인 취향과 현대적인 감성으로 다져진 그의 음악은 특히 영화음악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여름은 가고

가야지 어서 가야지
나의 누추함이
그대의 누추함이 되기 전에
담벼락 아래 까맣게 영그는
분꽃의 씨앗, 떨어져 구르기 전에
꽃받침이 시들기 전에

무엇을 더 보탤 것도 없이
어두워가는 그림자 끌고
어디 흙 속에나 숨어야지
참 길게 울었던 매미처럼
둥치 아래 허물 벗어두고
빈 마음으로 가야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나도 다시 예뻐지겠지
몇 겁의 세월이 흘러
그대 지나갈 과수원길에
털복숭아 한 개
그대 내 솜털에 눈부셔하겠지
손등이 자꾸만 따갑고 가려워져서
나를 그대는 알아보겠지

<나희덕 / 1993, 창작과비평>

《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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