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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거칠고, 고집세고, 고독한 예술가

프랑스의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는 쇼팽의 친구였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아마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일 터. 1830년 파리에서 일어났던 7월혁명을 묘사한 그림이다. 잔다르크를 연상시키는 여인이 가슴을 드러낸 채 삼색기를 들고 시위 군중을 이끌고 있는 이 유명한 그림은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들라크루아는 이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자유의 여신 바로 옆, 검은 모자에 검은 코트를 입고 장총을 든 채 전진하는 청년이 바로 들라크루아의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1830년이었다. 파리 시민들이 왕정복고에 반대해 봉기를 일으키고 들라크루아가 그것을 화폭에 옮기던 바로 그 해에, 스무살의 쇼팽은 바르샤바에서 고별연주회를 펼친 후 조국 폴란드를 떠났다. 그리고 생애의 나머지 대부분을 ‘파리의 예술가’로 살았다. 그것은 쓸쓸한 이방의 삶이기도 했다. 쇼팽은 그 아름답고 외로운 도시에서 12살 위의 선배이자 친구인 들라크루아를 만났다. 우정은 진실하고 깊었다. 1849년 쇼팽이 병상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창백한 이마를 어루만져주던 이도 바로 들라크루아였다. 한때 사랑을 불태웠던 조르쥬 상드는 곁에 없었다. 같은 해 10월17일 쇼팽이 결국 세상을 떠나자, 들라크루아는 그의 장례식을 주도하기도 했다.

우정의 증표는 또 있다. 들라크루아가 남긴 쇼팽의 초상화(사진). 쇼팽의 내면을 누구 못지않게 이해했던 들라크루아는 자신의 낭만적 화풍을 가미해 벗의 얼굴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은 1838년작이며 당시 쇼팽은 28세였다. 들라크루아의 눈에 비친 쇼팽은 어땠는가. 그것은 결코 ‘유약한 쇼팽’이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빗어넘긴 곱슬머리에 어딘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반항적 눈매, 게다가 고집스러워 보이는 매부리코…. 들라크루아의 눈에 비친 쇼팽은 그렇게, 거칠고 고집스러운 남자였으며 격렬하고 고독한 예술가였다.

그것이 쇼팽에게로 가는 또 하나의 열쇠일 것이다. 쇼팽의 음악은 센티멘털하고 여성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그의 음악을 다섯곡만 들어도 무너질 ‘편견’일 터이다. 쇼팽의 음악에는 조국 폴란드의 민속음악, 특히 춤곡에서 체득한 ‘육체성’이 꿈틀거리며, 조국의 해방운동이 러시아의 무력에 짓밟힌 것을 참담하게 바라봐야 하는 청년의 분노도 담겨 있다. 게다가 쇼팽이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시절, 당대의 예술적 주류는 혁명적 낭만주의였다. 그것이 쇼팽의 격렬한 낭만성을 한층 추동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쇼팽의 거친 숨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가. 일단 슈만이 “거칠고 독창적”이라고 평했던 ‘발라드 1번’을 들어보자. 하지만 이 곡은 연주자에 따라 격렬함보다 부드러움 쪽에 방점을 찍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테면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그렇다. 그는 매우 균형잡힌 피아니스트임에 틀림없지만, ‘발라드 1번’의 고동치는 맥박을 전해주지 못해 아쉽다. 차라리 호로비츠의 1960년대 녹음(Sony)이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87년 녹음(DG)에 한 표를 던진다.

 

 

“가장 격렬하고 뜨거운 쇼팽의 음악은 뭘까?” 친분 있는 몇 명의 피아니스트들에게 그렇게 물었다. 대부분 쇼팽의 음악적 원숙기에 쓰여진 소나타 2번과 3번을 꼽았다. 소나타 2번은 3악장에 ‘장송행진곡’을 배치해 ‘장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곡. 특히 1악장 첫 주제 부분에서 반주처럼 등장하는 저음부의 맥박이 뜨겁다. 호로비츠의 62년 녹음,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74년 녹음(DG)을 권한다. 쇼팽이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작곡한 소나타 3번은 규모가 웅장하고 구성도 치밀한 걸작. 마치 망치로 머리를 때리듯이 시작하는 1악장 첫 주제의 에너지가 압도적이다. 어느덧 60대 후반에 이른 아르헤리치가 65년 쇼팽콩쿠르 우승 직후에 내놨던 음반(EMI), 혹은 2년 후의 재녹음(DG)은 그 격렬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Sonata for Piano No.2 in B flat minor
B.128 / Op.35 'Funeral March'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장송행진곡'

Frederic Francois Chopin (1810 ~ 1849)
Maurizio Pollini, Piano


1. Grave: Doppio movimento (07:26)


2. Scherzo (06:15)


3. Marche funebre: Lento (08:24)


4. Finale: Presto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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